신생아실 없애면 모유 수유 성공한다
감염관리 이유로 격리돼, '30분안에 젖물리기' 실패
병원 잘고르는게 '첫단추', 모자同室·수유교육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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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먹이는 것도 배워야 잘 한다.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모유 수유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최흥수기자 |
삼성제일병원 소아과 신손문 교수는 과격한 ‘신생아실 폐지론자’다. 60년대 말 분유회사가 생기면서 “분유 먹으면 우량아 된다”는 오해가 퍼진 것도 문제지만, 병원이 감염관리 등을 이유로 신생아실을 만들자, 산모는 가뜩이나 힘든 터에 ‘수유를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까지 생겨 분유로 아이를 키우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모유 수유율 높이는 거요? 간단합니다. 질병 치료가 필요한 아이만 신생아실에 들어가도록 보건복지부가 규제하면 됩니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아가방이 없어지면 산모는 젖을 물릴 수밖에요." 신 교수는 삼성제일병원을 8월부터 아예 분유가 없는, 100% 모유 수유 병원으로 만들 것을 추진중이다.
사실 산후 1~2주 안에 모유수유의 성공이 달려있음을 알아챈다면 신생아실 폐지 주장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즉 젖이 나오게 하는 비결도, 젖멍울의 통증을 막는 비결도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기 때문. 그런데 신생아실이 이를 가로막는다. 그만큼 모유 수유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는데 의료진 특히 산부인과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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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병원 박문일 교수는 간담회에서 “유니세프 모유수유 지침 중 하나인 ‘태어난 지 30분만에 젖 물리기’를 실천하기 위해 분만환경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능한 한 자연분만을 권장하고,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전신마취가 아닌 경막외 마취를 시행하며, 출산 후 수술중이라도 임산부 가슴 위에 아기를 올려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중진통, 호흡법 교육, 회음절개 억제 등 의사가 분만 전후 통증을 관리하는 것도 수유에 도움이 된다.
때문에 모유를 먹이겠다고 마음먹은 임신부라면 의지만 다질 게 아니라 미리 병원을 잘 골라둬야 한다. 모자동실, 젖 물리는 분만실은 병원 선택의 첫번째 기준.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김문영 교수가 발표한 수유 권장책을 보면 또 다른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삼성제일병원의 경우 모자동실 외에 ▦산전 모유수유 교육 ▦24명의 모유수유 전문가 ▦수유실 24시간 운영과 비디오 교육 ▦인터넷 상담과 모유수유클럽(동호회) 운영 등을 실시하는데 이런 정책은 수유에 유리하다. 신생아실이 따로 있고 수유시간도 엄격히 정해져 있는 병원이라면 수유가 어렵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소아과를 가능한 한 일찍 찾는 것. 신손문 교수는 “궁금하거나 불안한 것이 많고 포기하고픈 갈등도 심한 산후 1~2주일에 소아과를 찾아 BCG접종도 하고 궁금증을 해결하라”고 권한다. 신 교수는 “산모의 외출에 대한 금기 때문에 출생 4주째에야 BCG접종을 하러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 땐 이미 모유냐 분유냐가 결정된 시기”라며 “소아과에 일찍 오는 것을 반기는 산모일수록 모유 수유 성공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