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추노' 엔딩을 본 후
(kbs 추노 홈페이지 시청소감을 쓰고 난 후 여기로 옮겨와서 조금 수정한 글이다. 다른 사람들이 리뷰를 참 잘 써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 생각에 난 글쓰기에 별로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욕심만 많지...)
한 편의 영화를 길게~ 본 것 같았다. 한성별곡도 참 특이한 사극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이번에는 대중성까지 거머쥔 드라마 같다.
물론, 의문점도 있고, 이해가 안되는 부분도 있지만(특히, 그토록 집요하던 철웅이가 갑작스럽게 마음을 바꾼 점)
그래도 전체적으로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봤다.
옛날에는 사극을 왕조 중심으로 만들고, 재미도 없어서 거의 안 봤는데, 요즘에는 사극만 본다.
그리고 업복이 마지막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숨도 안 쉬고 봤다.
공형진님, 연기 너무 잘한다. 완전 다시 봤다.^^
반짝이 아버지가 문 사이로 업복이를 바라보는 모습도 의미심장한 부분이었구,
업복이가 좌의정을 죽이는 장면은 정말 의외였다. 그렇게 되길 바랐는데, 그럴 거라고 생각은 못 했다.
업복이가 초복이랑 만나서 행복하게 살길 바랐는데, 슬프다 흑흑...("꼭 오실 거죠?")
철웅이가 부인 앞에서 오열하던 장면이 이상하게 눈물이 났는데, 솔직히 이해는 안 된다.
너무 급반전인 것 같다.
장혁사마~~ 넘 멋있다.
인터넷에서 찾아봤더니, 품절남이더군. 흑...부인 좋으시겠다~ (나도 유부녀지만...^^;;;)
다른 분들도 그랬겠지만, 대길이와 언년이의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내내 가슴이 아팠다.
내내 만약에...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언년이가 송태하와 만나기 전에 대길이를 만났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언년이가 최소한 송태하와 결혼하진 않았을 것 같다. 하다못해 결혼 전에 대길이를 만났더라도...
어흑~~~~ㅠ,ㅠ
사랑은 그 깊이를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긴 하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대길인 설화랑 결혼 안했잖아?
잉잉~~~~ 언년이 너무해~~~ 대길의 일편단심 사랑이 너무 가슴아팠다.
전체적으로 메시지를 많이 담은 드라마여서 더 재미있었구, 액션 장면도 느낌 좋게 애쓰셨더군.
추노 만드느라 여러 제작진들 수고가 빛나는 드라마였다.
배우들의 혼신어린 연기들도 즐겁게 감상했다.
개인적으로는 2편이나 속편은 안 만들었으면 한다. 안 만들어질 것 같고.
이렇게 마무리되는 것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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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밑의 글은 시청소감 중 공감되는 글이 있어 퍼온 글이다.
시원섭섭합니다.. 방송끝나고 뭐라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는 마음입니다...
뒤늦게 추노를 알아서 몇주간.. 정말 밤잠줄여가며 따라잡기, 복습하기, 추노가 던져주는 이야기들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이제 드디어 시원하게 발뻗고 잘 수 있으려나요 ^^; ㅠ
이 사극은, 이 드라마는, 한 사람도 완전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정말 곁에서 사는 사람냄새가 났습니다. 한 사람도.. 마음에 고통을 담지 않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을 잃지 않았습니다. 얼핏보면 사회에 대한 냉소와 비판의식이 짙게 깔려있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가 너무나 큰 메시지로 다가오는 드라마입니다
갠적으로 24회에 23회까지의 모든 내용이 압축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만큼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짝귀언니와 은실모녀, 최장군과 왕손이의 장래, 인조과 봉림대군의 석견에 대한 논의 등, 마무리 지어야 할 것들에 대하여 빈틈없이 조각조각 보여주고 퍼즐을 완성해 갔다고 할까요? 모든 장면이 명장면이었습니다만, 일단 생각나는 것만 두서없이 떠올려보면..
#1 업스나이퍼의 마지막 반란..
우리같은 노비도 있었다는 것을 세상에 알려주려 ‘노비’가 ‘대궐’에 들어갔습니다.
결국 그의 총앞에 고매하고 세상을 제것인 마냥 휘두르려했던 그 위정자들이 쓰러졌습니다 그분도, 조선비도, 좌의정도!! 얼마나 속시원하던지, 얼마나 통쾌하던지!! 아파트인데 주변 생각안하고 소리질렀습니다!! 잘한다!! 쏴버려라!!고요..
마지막 업복이의 눈빛을 보셨을 겁니다. 슬프지만 해냈다고, 그리고 반짝이아버지께 이어지던 그 비장한 눈, 주먹쥔 다짐! 진정 업복이의 작은(?) 반란은 뒤이어 사람대접받고 살자는 존엄성의 자각과 함께 다른 노비들에게로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진짜 감동.. (또 그 때 황철웅이 멍하게 있던 장면.. 그도 어쩌지 못한 좌의정을 노비가 쓰러트린 것입니다)
#2 대길이의 화살쏘는 장면(엔딩장면) 엔딩장면이, 슬펐던 대길이의 최후와 겹쳐지면서 훨씬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ㅠ
그러나 더 찡했던 것은, 대길이가 두 사람을 기다리면서 태하의 활쏘기 흉내를 내면서 미소짓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녀석 활 잘쏘던데.. 이렇게..’하고, 동무를 생각하는 듯.. 또한, 두 사람에 대한 원망과 회한을, 밝은 태양을 향해 쏘아버리는 듯.. 대길이의 표정은 한점 구김이 없었습니다. 대길이는 그때 장난처럼 무료히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이 보였지만, 저는 그가 태하와 같이 싸웠던 그 때도 생각하고 있었다고 확신합니다. 대길이가 돌아왔을 때 그는 이미 운명에 대해 원망과 회한에 찬 예전의 그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언년이와 태하에 대한 순수한 사랑-정(情)으로 달려온 것입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고서 그의 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어요) 아.. 그의 모습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갠적으로 대길이도 꼭 살았으면 했습니다 ㅠ)
#3 혜원이와 태하의 재회
대길-언년이 팬들에게 정말 죄송하지만, 두 사람은 이미 부부이므로.. 부부간의 따뜻한 눈길과 손길, 마음을 나누는 것이 저는 너무 좋아보였습니다. 당연한 모습이지만, 이러한 따뜻한 사랑과 애틋함을 나누는 부부가 TV 속에서 사라진지 정말 오래입니다.!! 아니 주변에서도 보기 힘들지요.. 정말, 저도 저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태하가 대길과 혜원이가 못다한 얘기를 하라고 자리를 비켜주는 장면(부인과 대길이를 얼마나 신뢰하길래.. 이 사람 속이 참 넓다고 생각했죠), 혜원이가 태하에게 다시는 자기를 혼자두지 말라던 말...부인을 보호하려다 칼을 엄청..ㅜ 맞고도.. 부인을 혼자 두고 가지 않겠다고 악착같이(?) 살려던 태하의 모습 ㅠㅠ 두사람의 사랑과 신뢰의 크기는 절대 대길이 못지않다고 생각했습니다..
#4 철웅과 그의 부인
다른 장면에서는 눈물이 핑돌았다면, 이장면에서는 펑펑 울었습니다.. 전 생애를 통하여 배경의 한계와 자신을 내리밟는 모든 것에 대해, 끝없이. 비참하리만치 자신을 버려가며, 되밟고 이기며, 승자가 되려고 했던 그, 이타심보다는 이기심의 화신이었던 우리들의 자화상이었던 그가..
대길의 순수한 사랑과 희생을 통하여 드디어 깨졌습니다. 진짜 자신의 비참함을 본 것입니다.. ㅠ 그리고 겉모습은 비뚤어졌지만, 속은 더없이 순수한 사람, 대길이처럼, 그 사람이 몰라줘도 한없이 자신을 사랑하고 걱정해줬던 바로 자신의 부인에게로 마침내 돌아옵니다. 회한의 눈물.. 부인에 대한 속죄의 눈물과 자신에 대한 한없는 후회와 자각.. 그는 결국 효종이 즉위하고 석견이 사면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며 추노의 끝을 맺습니다. 다른 메시지들과 같이, 그의 변화자체가 추노에서는 우리도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떠나면서 칼을 버리는 장면.. 의미심장했습니다)
#5 광고끝나고 나온 최장군과 왕손이의 모습!!!
아.. 광고 안보고 돌렸으면 정말 큰 일 날 뻔했다는.. 두 사람이 즐겁게 땅을 일구고 있던 모습 ^^ 정말 기뻤습니다. 두 사람. 이제 정착해서 행복하게 삶을 꾸려나가겠지요. 작은 주모도 찾아올 것이고, 논일구고 가정도 이루고... 그것이 또 다른 희망이었습니다. 지금 저의 삶의 소박한 기쁨을 일깨워주었어요.. 내일 출근이, 동료분들 만날 것이 기쁘게 기다려진답니다 ^^*일터가 있고 집이 있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정말 축복입니다.
#6 설화와 대길이의 만남, 죽음
설화.. 이년도 참 대단합니다. 그길이 어디라고 월악산에서 안성천까지 밤낮 뛰어옵니까..오직 사랑하는 대길이를 위해.. 저는 설화도 참 불쌍하고 대단해보였습니다. 대길이의 사랑이 그토록 크니, 대길이가 혼자서 죽음을 맞지 않도록, 외롭게 세상을 떠나지 않도록, 자신을 사랑해주고, 자신을 위해 울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떠날 수 있도록 하늘은 설화를 보내주었나 봅니다. 대길이가 “우리 꼬맹이 왔구나..” 했을 때 진짜 ㅠ
#7 태하와 혜원의 다짐
결국 청으로 떠나지 않고,"이 땅에 빚을 너무 많이 져서 이 땅을 떠날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하며 서로 그 결심에 고맙다고 말하며 일어서는 두 사람.. 이 땅에 빚을 너무 져서라니.. 그동안 수없는 배신과 핍박 속에 나올 법한 말인가.. 그렇지만.. 그것은 태하의 깊은 인간에 대한 신뢰와 긍정적인 성품 그리고 대길의 크나큰 희생, 사랑 때문이였으리라..
“금방 회복 될 것입니다.. 다 낳으면 좋은 세상 만들어야지요. 혜원이.. 언년이.. 두 이름으로 살지 않아도 될...그런..”
결국 태하의 그간의 인생역정과 대길이의 희생을 통해 그리게 된 좋은 세상.. 그것은 인간의 본질을 보고, 계급의 차이 없이 사람 자체로 존중받는 세상.. 신분이 다르다고 하여 정마저 잘라내는 세상이 아닌 사람사이 맘껏 사랑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고(아.. 대길, 태하 친구된 모습 진짜 멋졌는데 ㅠ), 어울릴 수 있는 세상이었습니다.
그 희망을 위해, 이제 두 사람은, 원손까지 추노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원손은 실제인물뿐아니라 두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 & 새 희망의 상징적인 의미였지요. 원손이 사면되었다는 것은, 그간 원손(새로운 희망)을 위한 노력이 결코 헛수고가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이라 가슴 뭉클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추노 안에서 이제 작은 희망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작지만 큰 삶으로 보여줄 것입니다.. 그들의 깨달음과 성장이 그대로 스러지지 않고 .. 그 뜻을 가지고 사랑과 신뢰로 생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희망을 주셔서 진정 기뻤습니다!!
#8 대길과 태하의 대화
진짜 버릴 것이 없는 두 사람의 대화..예로, 언제부터인가 둘이 같이 달렸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에게 미안하다..사람의 인연도 다 운명아니던가..우리가 벗으로 만났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노비것들과 친구 안한다.. 세상에 매여있는 것들은 다 그게 노비란 말이야.. (두사람 갈대밭 달리면서 웃던 모습.. 22회 엔딩만큼 레전드였습니다 ^^)
#9 대길이의 마지막 독백
.. 머리 속을 텅비게 만드는 그의 속마음의 독백..ㅠ 솔직히 대길이가 추노꾼인 것은 싫었지만, 그의 인물됨은 참 좋았습니다.(장혁씨란 배우의 팬도 됬구요..^^) 대길이는.. 결국.. 한없는 사랑으로 살다가 그 사람을 위해 끝까지 희생했던.. 잊혀지지 않는 인물로 우리들 가슴 속에 기억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태하와 혜원, 최장군, 왕손이, 설화, 철웅에게 까지 큰 영향을 미치며 그들의 마음속에 살게 될 것입니다.. 사랑에 희생이 동반된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의 깊이를 본받고 싶다는 것.. 참 여러모로 아프게 생각해봅니다..
#10 기타 인물들
다시봐도 짝귀언니, 오포교님(그간 패악부리다가 결국 물고를 당하는 장면이 왜이리 통쾌하던지..), 희생한 청나라 군사분들, 어느 조연 한분조차 연기를 통해 감탄을 주지 않으신 분이 없으셨습니다. 진짜 감탄했습니다
PS: 8개월이 넘는 여정을 통해 고생하신 모든 제작진, 작가, 배우여러분들.. 진심으로 수고하셨고,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추노 보면서 참 흥미진진 재밌기도 했지만, 이토록 여러 생각을.. 그리고 내 삶과 세상에 대한 태도를 다시 생각해 보도록 만들어준 드라마는 없었습니다.
아름다운 영상, 음악, 명품연기, 훌륭한 주제의식, 액션..을 다 갖춘 드라마.. 또 볼 수 있을까요..
추노가 끝나고 여럿 인물들의 아픔이 느껴져서 아프면서도, 초복이와 은실이가 바라보던 태양이 너무나 가슴벅차고 힘이 납니다. 저도.. 저의 삶을 온전히 살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되는대로 살지 않고 .. 사랑하며.. 작은 힘이라도 보태면서 살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 추노 제작진 여러분들과 배우들의 행보를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모두들 감사했습니다!! 추노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