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이야기/성장보고서

엄마 찾아 삼만리~

피스메이커 2010. 5. 14. 09:12
소중한 온유를 또 잃어버릴 뻔 했다. 어젯밤 9시쯤 학교 순회를 가야 하는데, 너무 늦어서 집을 보라고 했다. 전에도 집보기를 가끔 해서 괜찮을 줄 알았다. 그런데 누가 올 지 모르니 문 잠그고 있으라고 해서 그런 걸까, 불안했던 모양이다.
학교에 들러서 슈퍼에 갔다가 집에 가보니, 문 잠그라고 했던 현관문이 열려 있다. 순간적으로 불안했다. 들어가보니 아무도 없었다. 온유야! 몇번 부르다가 밖으로 뛰쳐나왔다. 집에 얌전히 있기를 바랐지만, 직감적으로 이 녀석이 또 나를 찾으러 나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밤이 너무 늦어서 불안했다. (전에는 낮이었다) 당황한 가운데에 핸드폰 배터리를 챙기고(전에는 핸드폰을 안가지고 나왔다가 곤욕을 치렀다), 그 와중에 문을 잠궜다. 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까. 나오는데, 서방이 전화했다. 별 쓸데없는 걸로. 나는 마음이 급한데, 서방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일일이 응대했다.
나는 한 가지를 잘했고, 두 가지를 잘못했다. 한 가지는 핸드폰 배터리를 챙긴 점, 두 가지는 문을 잠그고, 서방 전화에 응대한 것이다. 온유가 언제 올지 모르는데, 밤이라고 문을 잠그다니 어리석었다. 서방 전화도 급하다고 그냥 끊었어야했다. 나중에 둘러대도 됐을텐데 말이다.
온유를 부르면서 면사무소 방향으로 뛰었다. 전에도 온유가 면사무소 앞으로 갔기 때문이다. 면사무소 안에 있길 바랐지만, 없었다. 사무소 직원에게 방송 좀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어디다 전화를 한다. 그러더니 나를 바꿔준다. 상대방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거기까진 좋은데, 그 상대방은 멍청한 소리만 골라서 했다. 나는 아이를 잃어버려서 마음이 급한데, 엉뚱한 소리만 하는 것이었다. 욕이 나올 지경이었다.
통화가 안되던 전도사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더니 학교 앞으로 가보라는 것이다. 나는 학교 앞까지 뛰었다. 학교 앞에서는 중학생들과 온유, 사모님이 있었다. 명성이 친구가 온유를 발견한 모양이다.
하나님 맙소사, 온유는 나를 찾으려고 이 밤중에 학교까지 온 것이다. 온유 말을 들어보니, 내가 간 후 바로 집 밖으로 나온 모양이다. 그런데 아무도 없으니까 학교까지 뛰었단다. 아, 대담한 내 아들....하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어릴 때 외할머니가 나를 혼자 두고 새벽기도를 갔을 때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이들은 집에 혼자 남아있는 것이,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더 무서운 모양이다.
난 당분간 온유를 혼자 둘 수 없겠다. 아무리 밤이라도 그냥 데리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