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광주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며
이 영화를 본 것은 오래전이라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단지 슬펐던 영상만 몇 가지 기억이 날 뿐이다. 그리고, 소름끼치는 연기를 선보였던 신인 배우 이정현도 말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이미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한 내용은 조금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좀 어리둥절했겠지. 그래서 소녀의 고통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항쟁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룬 것은 이후 나왔던 '화려한 휴가'였지만, 그 고통과 한에 대해서는 '꽃잎'이 더 인상적으로 다룬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평화롭게 살던, 그저 민주화에 대해 소망했을 뿐인, 설마 지켜지고 보호되어야 할 그들에게 군인들이 총부리를 들이댈 것이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그들에게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났을 그 시간,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아니, 다른 지방의 사람들도 몰랐을 것이다. 전두환이 모든 눈과 귀를 닫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아무도 몰라주는 상태에서 죽어갔다. 무방비한 어린아이와 임신부, 여인과 노인들에게조차 그들은 몽둥이를 휘둘렀고, 총을 쏘았고, 군화로 짓밟았다. 군인들에게 죄를 물으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쟁이었기 때문이다. 전쟁 중에 민간인을 향한 일방적인 학살이 일어나는 것은 다반사가 아닌가. 그 중에 가족이 소녀의 눈 앞에서 죽고, 소녀를 미치게 한들 그것은 그저 전쟁 중에 묻혀지는 에피소드이지 않겠는가.
나는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혜롭고, 용기있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우리가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다면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요즘에는 많은 시민들이 깨어있는 편이다. 언젠가 TV에서 한 어린 여학생이 시대와 정치에 대해 고민하고, 정치인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나는 우리의 자녀를 그렇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지식을 집어넣고, 그 지식으로 자기의 출세와 명예만을 위해서 사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라도록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