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홀의 조선회상
닥터홀은 일제 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선교사역을 감당했던 선교사들 중의 한 분이다. 그러나 그는 한 명이 아니었다. 그의 아버지 때부터 하나님은 그 집안을 통째 우리나라로 옮겨놓기 시작하셨던 것이다. 그의 아버지 제임즈 홀은 조선으로 부름받았고, 우리나라에서 아내와 함께 그의 삶을 전부 드렸다. 의료선교사로서 그는 갖가지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던 조선인들을 가족처럼 여기고 사랑했다. 그 전적인 헌신과 사랑으로써 그는 예수님의 사랑을 드러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임즈 홀은 외부사역 때문에 가족을 소홀히 한 것이 아니었다. 아내를 향한 정성스런 애정은 그가 어디에 있든지 조금도 빛을 바래게 하지 않았다. 나는 선교사라면 모든 사랑을 100%로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인간이기 때문에 힘든 부분들이 있지만, 어느 쪽으로든 기울어진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아니다. 그래서 충만한 애정을 받았던 로제타 홀은 남편의 죽음 때문에 홀로 선교지에 남겨진 어려운 고비 속에서도 여성사역과 의료사역을 해낼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의 모습이 삶의 모범이 되었던 가정에서 자랐던 닥터 셔우드 홀은 처음 선택한 길이 의료선교사가 아니었으나, 결국은 의학을 공부하여 조선으로 돌아와서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된다. 조선에서 나고 자라서 서양인임에도 조선을 잘 이해할 수 있었던 닥터홀, 그래서 조선인의 필요와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충실하게 그들의 곁에 있었던 닥터홀, 또한 그의 용감하고 지혜로운 아내는 하나님께서 처음부터 조선 민족을 구원하기 위하여 예비하셨던 가족이었던 것이다.
닥터홀은 조선인의 무지 때문에 절망하면서도, 하나님이 심어주신 꿈을 버리지 않고, 결국 조선 땅에 최초의 결핵요양소를 세우게 된다. 그 꿈이 하나님의 인도하심대로 절묘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사람이 꿈을 꾸고 계획을 세우나, 그 길을 인도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말씀이 생각난다.
무엇보다도, 감동적인 것은 이 일가가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조선인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사역을 감당했으며,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고 환경의 어려움에 처해도 섣불리 낙담하지 않고 인내하였던 점이다. 결국 닥터홀 일가는 조선 땅에 뼈를 묻는다. 한 민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셈이다. 지금은 선교 전략이 바뀌어서 그 땅에서 뼈를 묻지는 않지만, 한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퇴색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랑한다면 응당 목숨을 걸어야 할 길이 선교의 길이라는 것 또한 바뀌지 않는다.
한 민족을 품고 그들의 실제적 필요를 자신의 필요처럼 받아들였던 닥터홀 일가가 생애의 마지막에 조금도 가진 것 없이 검소하게 살다가 조선 땅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 땅에 묻힌 대목은 눈물조차 나게 한다. 의사로서 얼마든지 부유하게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유혹을 버리고 삶을 아낌없이 내던졌던 닥터홀, 그의 소박한 기쁨이 조선인이 그를 기억해준 것이라면, 하늘에서는 그 일가를 향한 하나님의 큰 기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 책이 매우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주인공이 직접 자신의 경험담을 썼기 때문에 조금도 과장되지 않고 진솔하게 기록되었으며, 구체적 실례들이 조목조목 나와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문인 선교에 대한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에게는 크든 작든 유익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