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었던 것들, 꼭 해야 했던 것들, 알뜰살뜰 온유왕자 돌잔치 후기
아무것도 모르는 채 임신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되어버린 저는, 또 아무것도 모르고 돌잔치를 해야 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사랑스런 첫아들이 너무 예뻐서 찢어지게 가난한 형편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하면 잘 치러낼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무엇보다 돈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예쁜, 그러면서도 덜 귀찮은 돌잔치를 계획해야 했습니다.
포기해야 했던 것들
사실, 처음에는 이것저것 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정보가 홍수 같았습니다.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들이 많은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엄마나 마찬가지겠지요. 처음에 계획했던 것들 중에 적지 않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형편, 시간적 여유 등을 들 수 있겠습니다. 평소에도 아기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가사 일 절반을 아기아빠가 도와줌에도 불구하고 저녁에는 녹초가 되었는데, 손이 너무 많이 가는 것은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손이 너무 많이 가서 할 수 없었던 것들: 탄생일보, 테마보드
*경제적 이유로 할 수 없었던 것들: 성장동영상은 죽 찍어두었던 것들이 좀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터를 빌릴 수 있다면 꼭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상영하는 데 대여료가 무려 십만원입니다. 그리고 롤스크린. 다운받았던 라벨지에 있길래 기획했던 덕담상은 경제적인 이유 뿐만 아니라 식순에도 따로 끼워넣어야 하고, 테이블 안내문과 덕담용지에도 추가로 내용을 적어야 해서 포기.
*기타 이유로 할 수 없었던 것들: 부모님 감사장은 시부모님이 지방에서 올라오실 수 없어서 포기. 실물스탠딩은 마지막까지 하고 싶었습니다. 만들어 놓으면 너무 예쁠 것 같고, 손님들도 호응도가 높다고 하고, 이후에도 보관할 수 있지 않을까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튜디오 촬영 때 거기 주인장이 아기 엄마였는데, 실물스탠딩을 언제까지 보관할 수 있겠냐고 반대얘기를 하더군요. 죽 보관하면 된다고 대답하긴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사하고 그러면 망가질 것 같더라구요. 아기 사진인데 망가지면 마음 아프잖아요. 그래서 포기.
장소
다들 공감하시겠지만, 장소 선택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우여곡절 끝에 처음 택한 장소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택한 장소는 신랑이 인터넷에서 찾아내고는 여기로 하자, 전격 결정, 이유는 가격 때문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착한 가격이었죠. 직접 가보지 않고는 모르겠다고 가보게 되었습니다. 간석역에 있는 크리스탈예식장이었는데, 나쁘지 않았어요. 그 가격에 비해선 괜찮아요. 그렇지만, 좀더 다른 곳을 돌아보고 싶었는데, 신랑은 그냥 계약금을 치렀습니다....급한 성질 같으니라구.
문제는 약정인원에 비해 올 사람들이 모자랄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단독룸이 아니면 싫었습니다. 올 사람들이 다른 행사의 사람들한테 치이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고 해야겠죠. 그래서 단독룸을 고집했죠. 약정인원은 50명이었는데, 40명까지 줄이려고 얘길 해봤지만, 겨우 5명 줄여서 45명으로 계약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불만은 프로젝터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동영상 상영을 포기해야만 했죠.
그런데, 친정식구들과 얘기하다가 올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냐고 식비가 공으로 나가는데, 그럴 바에야 한정식 식당이 낫지 않겠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니 한정식이 음식이 더 낫지 않겠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신랑을 졸라서 추천한 대로 한정식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소담한정식이라고 계양구에 있는 건데, 위치가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들다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렸습니다. 가격은 다른 한정식에 비해 저렴한 편인데, 더 비싼 코스를 권하는 것도 좀 그렇고, 작은형님부부랑 갔는데 전이랑 떡도 없다고 투덜거리는 것도, 게다가 가장 문제는 제일 큰 방에 30명밖에 더 못 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계산을 해보니 올 인원수가 참 애매하더군요. 30명에서 40명 사이라고나 할까....그렇지만, 30명 이상 오면, 30명 밖에 안 들어가는 방은 좀 곤란하지 않겠습니까. 30명 이하로 온다면 한정식이 아담하고 괜찮다고 생각되었지만.....가까운 식구들끼리만 밥 먹는 거라면 한정식이 괜찮겠더군요.
음식 질로 따지자면 한정식을 선택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어쩔 수 없이 처음 선택했던 부페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