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여로함의 아들 중에 엘가나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엘가나는 에브라임 산지에 있는 라마다임소빔 사람이며 숩 집안 사람이었습니다. 엘가나의 아버지 여로함은 엘리후의 아들이고, 엘리후는 도후의 아들입니다. 도후는 에브라임 지파에 속한 숩의 아들입니다. 엘가나에게는 아내가 두 명 있었는데, 한 아내의 이름은 한나였고, 다른 아내의 이름은 브닌나였습니다. 브닌나에게는 자녀가 있었지만, 한나에게는 자녀가 없었습니다.
엘가나는 해마다 자기 마을 라마를 떠나 실로로 올라가서 만군의 여호와께 경배하며 제물을 바쳤습니다. 실로에서는 엘리의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가 여호와의 제사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엘가나는 제물을 바칠 때마다 자기 아내 브닌나에게 제물의 몫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또 자기 아들과 딸들에게도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나에게는 언제나 더 많은 몫을 주었습니다. 왜냐하면 엘가나는 한나를 더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한나에게 자녀를 주지 않으셨습니다.
한나에게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브닌나는 한나를 괴롭히고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일은 매년 그들이 실로에 있는 여호와의 장막으로 올라갈 때마다 일어났습니다. 브닌나가 한나를 너무나 괴롭혔으므로, 한나는 울며 아무것도 먹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한나의 남편인 엘가나가 한나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왜 우시오? 왜 아무것도 먹지 않으시오? 왜 슬퍼하시오? 내가 있는 것이 당신에게 열 명의 아들이 있는 것보다 더 낫지 않소?”
엘가나의 가족이 실로에서 식사를 한 후에 한나가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 제사장 엘리는 여호와의 성전 문 밖 가까이에 앉아 있었습니다. 한나는 매우 슬퍼 크게 울면서 여호와께 기도드렸습니다. 한나는 한 가지 약속을 했습니다.
“만군의 여호와여, 저의 괴로움을 돌아봐 주십시오. 저를 기억해 주십시오. 저를 잊지 마십시오. 저에게 아들을 주신다면, 그 아들과 그의 전 생애를 여호와께 드리고 아무도 그의 머리에 칼을 대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한나가 계속해서 기도하고 있는 동안 엘리는 한나의 입술을 지켜 보았습니다. 한나는 마음 속으로 기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술은 움직였지만, 소리는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엘리는 한나가 술에 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엘리가 한나에게 말했습니다.
“언제까지 취해 있을 작정이오. 포도주를 끊으시오.”
한나가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제사장님. 저는 포도주나 술을 마시지 않았습니다. 저는 큰 괴로움 중에 있는 여자입니다. 여호와 앞에 저의 마음을 쏟아 놓고 있었습니다. 저를 나쁜 여자로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는 너무나 괴롭고 슬퍼서 기도드리고 있는 중입니다.”
엘리가 대답했습니다.
“평안히 가시오. 이스라엘의 하나님께서 당신이 원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라오.”
한나가 말했습니다.
“당신의 여종과 같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한나는 가족들이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돌아가서 음식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한나는 더 이상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엘가나의 가족은 자리에서 일어나 여호와께 예배드렸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라마에 있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엘가나가 자기 아내 한나와 동침하니, 여호와께서 한나를 기억해 주셨습니다. 드디어 한나는 임신을 하게 되었고. 아들을 낳았습니다. 한나는 ‘내가 여호와께 구하여 얻었다’ 하여 그 아이의 이름을 사무엘이라고 지었습니다.
엘가나와 그의 온 가족은 하나님께 해마다 드리는 제사인 매년제와 약속을 지키는 제사인 서원제를 드리기 위해 실로에 갔습니다. 엘가나가 또다시 하나님의 성전이 있는 실로로 올라가려고 할 때였습니다. 한나는 엘가나와 함께 가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한나가 엘가나에게 말했습니다.
“이 아이가 젖을 떼면, 이 아이를 데리고 여호와를 뵈러 가겠어요. 그리고 이 아이를 영원히 그 곳에 있게 하겠어요.”
한나의 남편 엘가나가 말했습니다.
“당신 생각에 좋을 대로 하시오. 아기가 젖을 뗄 때까지 집에 남아 있으시오.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 주시기를 바라오.”
그리하여 한나는 집에 남아 아들이 젖을 뗄 때까지 돌보았습니다. 사무엘이 젖을 뗄 만큼 자라나자, 한나는 사무엘을 실로에 있는 여호와의 장막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한나는 삼 년 된 수소와 밀가루 한 에바와 포도주 한 가죽부대도 함께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는 아직 어렸습니다. 그들은 소를 잡아 제물로 바쳤습니다. 그리고나서 한나는 사무엘을 데리고 엘리에게 나아갔습니다. 한나가 말했습니다.
“제사장님, 맹세하건대 저는 제사장님 가까이에 서서 여호와께 기도드렸던 그 여자입니다. 저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기도드렸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제 기도를 들어주시고 이 아이를 저에게 주셨습니다. 이제 이 아이를 여호와께 다시 돌려 드립니다. 이 아이는 평생토록 여호와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런 뒤, 그 아이는 그곳에서 여호와께 예배드렸습니다.
2장
한나가 기도했습니다.
“여호와께서는 내 마음에 기쁨이 넘치게 해 주셨습니다. 나는 여호와 안에서 매우 강해졌습니다. 나는 원수들 앞에서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도우셨으니 나는 기쁩니다. 여호와와 같이 거룩하신 분은 없습니다. 여호와 외에 다른 신이 없습니다. 우리 하나님과 같이 든든한 분도 없습니다. 거만한 자들아! 다시는 자랑하지 마라. 너의 입에서 다시는 거만한 말을 뱉지 마라. 여호와께서는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이시라네. 여호와께서는 너의 행동을 심판하신다. 용사들의 활은 부러졌도다. 넘어진 자가 힘을 얻었도다. 부자들은 이제 먹을 것을 위해 일해야 하고 가난한 자가 배불리 먹게 되었도다. 아기를 낳을 수 없던 여자가 지금은 일곱을 낳았고 아들을 많이 둔 여자는 슬픔에 빠져 있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죽게도 하시고 살게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죽은 자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보내기도 하시고 죽은 자들을 다시 일으키기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가난하게도 하시고 부유하게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사람을 낮추기도 하시고 높이기도 하신다. 여호와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흙먼지에서 일으키시고 궁핍한 사람을 잿더미에서 건져 올리신다. 여호와께서는 가난한 사람을 귀족들과 함께 앉게 하시고 영광의 자리를 차지하게 하신다. 여호와께서 땅에 기초를 놓으셨고 그 기초 위에 세계를 세우셨다. 여호와께서는 자기의 거룩한 백성을 지켜 주시며 악한 사람을 어둠 속에서 잠잠하게 하신다. 그들의 힘이 아무리 세더라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자기 원수를 물리치시고 그들을 향해 벼락을 내리신다. 여호와께서 온 땅을 심판하실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자기 왕에게 힘을 주시며 자기가 기름 부어 세운 왕을 강하게 하실 것이다.”
엘가나는 라마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어린 사무엘은 그 곳에 남아 제사장 엘리 밑에서 여호와를 섬겼습니다. 엘리의 아들들은 나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여호와를 두려워할 줄 몰랐습니다. 또 그들은 제사장이 백성에게 지켜야 하는 규정도 무시했습니다. 사람들이 제물을 가져와 그 고기를 삶으면 제사장의 종은 세 갈래로 된 창을 가지고 와서, 냄비나 솥에 찔러 넣어 그 창에 걸려 나오는 고기를 제사장의 것으로 가져갔습니다. 이 제사장들은 제물을 바치려고 실로에 오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괴롭혔습니다. 더구나 제물로 바칠 고기의 기름을 떼어 태우기도 전에, 제물을 바치는 사람에게 종을 보내어 “제사장이 구워먹을 고기를 주시오. 제사장은 삶은 고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날고기를 원합니다” 하고 말하게 합니다. 제물을 바치던 사람이 “보통 때처럼 기름을 먼저 태우게 내버려 두시오. 그런 다음에 당신 좋을 대로 아무거나 가지고 가시오” 라고 말하면 제사장은 종은 “아니오. 지금 당장 그 고기를 주시오. 지금 주지 않으면 강제로 빼앗겠소” 라고 합니다.
여호와께서 제사장의 종들이 매우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을 보셨습니다. 그들은 여호와께 바치는 제물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함부로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여호와께 순종했습니다. 사무엘은 세마포로 만든 에봇을 입었습니다. 사무엘의 어머니는 제사 드리기 위해 남편과 함께 실로로 왔습니다. 사무엘의 어머니는 그 때마다 자기 아들을 위해 작은 겉옷을 만들어 가지고 왔습니다. 엘리는 엘가나와 엘가나의 아내에게 “한나가 기도하여 얻었다가 다시 여호와께 바친 사무엘을 대신해서 여호와께서 한나에게 다른 자녀를 주시기를 바라오” 하고 축복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엘가나와 한나는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여호와께서는 한나를 도와 주셨습니다. 한나가 아이를 낳게 해 주셨습니다. 한나는 세 아들과 두 딸의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린 사무엘은 자라면서 여호와를 섬겼습니다.
엘리는 나이가 매우 많았습니다. 엘리는 자기 아들들이 이스라엘 사람에게 하는 나쁜 일들을 다 들었습니다. 또 자기 아들들이 회막 앞에서 예배드리고 있는 여자들과 잠자리를 함께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엘리가 자기 아들들에게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너희가 이런 나쁜 일들을 하느냐? 내가 너희들이 한 모든 일들을 이 백성들을 통해 다 듣고 있다. 얘들아, 그러면 안 된다. 너희들에 대한 소문이 좋지 않다. 너희가 이 백성에게 죄를 짓게 만드는구나. 다른 사람에게 죄를 지으면 하나님께서 도와 주실 수 있으나, 여호와께 죄를 지으면 누가 구해 줄 수 있겠느냐?”
그러나 엘리의 아들들은 아버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이미 여호와께서 그들을 죽이려고 결심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린 사무엘은 점점 자라 갔습니다. 그러면서 사무엘은 하나님과 백성을 기쁘게 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엘리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너희 조상 집안이 이집트의 파라오에게 노예로 있을 때, 그들에게 나타났었다. 나는 그들을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서 뽑아내 제사장이 되게 하였다. 나는 그들에게 내 제단으로 올라가 향을 피우고 에봇을 입게 하였다. 또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치는 제물 중에서 얼마를 너희 조상의 집안이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데 너희는 왜 여호와께 바치는 제물과 성물을 더럽히느냐? 너는 나보다 네 아들들을 더 귀하게 여기고,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에게 바치는 고기 중에서 제일 좋은 부분을 먹어 살이 쪘도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말씀하신다. ‘나는 전에 너와 네 조상의 집안이 영원토록 나를 섬기는 일을 맡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결단코 그렇게 하지 않겠다.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을 소중히 여길 것이고,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나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제 너와 너의 조상의 자손들을 멸망시킬 때가 되었다. 너의 집안에는 오래 사는 노인이 없을 것이다. 너는 내 집에서 괴로움을 겪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좋은 일들이 있게 될 것이나, 너의 집안에는 노인이 한 사람도 없게 될 것이다. 나는 한 사람을 남겨 놓아 내 제단에서 제사장으로 일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너의 눈을 멀게 하고 너의 가슴을 아프게 할 것이다. 네 집의 사람들은 젊어서 죽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겉으로 드러나는 표시 한 가지를 보여 주겠다. 네 두 아들 홉니와 비느하스는 같은 날에 죽을 것인데, 네가 이것을 보고 나서야 내 말을 믿게 될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해 일할 충성스런 제사장을 뽑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내 말을 잘 듣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할 것이다. 나는 그의 집안을 강하게 만들겠다. 그는 언제나 내가 기름 부은 왕 앞에서 제사장으로 일할 것이다. 그 때에 너의 집안에 남아 있는 모든 사람이 그에게 와서 그 앞에 절하며 그에게 돈이나 먹을 것을 구걸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먹고 살 수 있게 제사장으로 써 달라고 말할 것이다.’”
3장
어린 사무엘은 엘리 밑에서 여호와를 섬겼습니다. 그 때에는 여호와께서 사람들에게 직접 말씀하시는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환상을 보는 일도 거의 없었습니다. 엘리는 눈이 어두워져 거의 보지 못하는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어느 날 밤, 엘리가 자기 방에 누워 있었습니다. 사무엘도 여호와의 성막 안에 있는 자기 자리에 누워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궤는 성막 안에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등불은 아직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여호와께서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이 “제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사무엘이 엘리에게 달려가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엘리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다. 돌아가 자라.”
그래서 사무엘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 누웠습니다. 여호와께서 다시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은 다시 엘리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엘리가 대답했습니다.
“나는 너를 부르지 않았다. 돌아가 자라.”
사무엘은 아직 여호와를 알지 못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직접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을 세 번째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은 일어나 엘리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그 때서야 엘리는 여호와께서 어린 사무엘을 부르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엘리는 사무엘에게 말해 주었습니다.
“잠자리로 돌아가거라. 다시 너를 부르는 소리가 나면 ‘여호와여, 말씀하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제가 듣겠습니다’ 라고 말하여라.”
그래서 사무엘은 다시 가서 잠자리에 누웠습니다.
여호와께서 그 곳에 서 계셨습니다. 여호와께서는 그전처럼 “사무엘아, 사무엘아” 하고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여호와여, 말씀하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제가 듣겠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스라엘에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 그 일을 듣는 사람은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그 날에 내가 엘리와 그의 집안에게 말했던 일을 다 이룰 것이다. 하나도 빠짐없이 이룰 것이다. 엘리는 자기 아들들이 나쁘다는 것을 알았다. 또 자기의 아들들이 나를 배반한 것도 알았다. 그러나 엘리는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엘리의 가족을 영원토록 벌 주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엘리의 가족에게 이렇게 맹세했다. ‘엘리 가족의 죄는 제물이나 예물로도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사무엘은 아침까지 누워 있다가 여호와의 집 문을 열었습니다. 사무엘은 자기가 본 환상을 엘리에게 말하기가 두려웠습니다. 엘리가 사무엘을 불렀습니다.
“내 아들 사무엘아!”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예, 제가 여기에 있습니다.”
엘리가 물었습니다.
“여호와께서 너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숨기지 말고 말하여라.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것을 조금이라도 숨기면, 하나님이 네게 큰 벌을 내리실 것이다.”
그래서 사무엘은 엘리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사무엘은 조금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엘리가 말하였습니다.
“그 분은 여호와시다. 여호와께서는 스스로 생각하셔서 옳은 대로 하실 것이다.”
사무엘은 점점 자라났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사무엘과 함께하셨고, 사무엘에게 말한 것을 다 이루어 주셨습니다. 단에서 브엘세바에 이르는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사무엘이 여호와의 예언자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실로에서 다시 사무엘에게 나타나셔서 말씀을 통해 여호와의 뜻을 알려 주셨습니다.
4장
사무엘에 대한 소식이 온 이스라엘에 퍼졌습니다.
그 때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러 나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에벤에셀에 진을 쳤고, 블레셋 사람들은 아벡에 진을 쳤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대형을 갖추어 이스라엘 사람들과 싸울 준비를 했습니다. 싸움이 시작되자,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인 사천 명 가량을 죽였습니다. 그러자 나머지 이스라엘 군인들이 자기들 진으로 돌아갔습니다.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여호와께서는 오늘 우리를 블레셋 사람들에게 지게 하셨을까? 여호와의 언약궤를 실로에서 이 곳으로 가져오자. 그리고 그 언약궤를 우리 가운데 있게 하자.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를 원수에게서 구해 주실 것이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백성은 실로에 사람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만군의 여호와의 언약궤를 가지고 왔습니다. 엘리의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도 하나님의 언약궤와 함께 있었습니다.
여호와의 언약궤가 진으로 들어오자,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기뻐서 땅이 울릴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외치는 소리를 듣고 물었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의 진에서 나는 이 소리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블레셋 사람들은 여호와의 궤가 히브리 사람들의 진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두려워하며 말했습니다.
“신이 히브리 사람들의 진에 왔다. 큰일났다.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 누가 우리를 이 강한 신에게서 구해 줄 수 있을까? 이 신은 광야에서 이집트 사람들에게 온갖 괴로움을 주었던 바로 그 신이다. 블레셋 사람들아, 용기를 내어라. 사내답게 싸워라! 전에 히브리 사람들은 우리의 노예였지 않았는가? 이제 사내답게 싸우자. 그렇지 않으면 너희는 그들의 노예가 될 것이다.”
그리하여 블레셋 사람들은 용감하게 싸워 이스라엘 사람들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인들은 모두 자기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이스라엘은 크게 져서, 군인 삼만 명을 잃었습니다. 게다가 하나님의 궤를 블레셋 사람들에게 빼앗겼습니다. 엘리의 두 아들인 홉니와 비느하스도 죽었습니다.
그 날, 어떤 베냐민 사람이 싸움터에서 달려왔습니다. 그 사람은 너무나 슬퍼 자기 옷을 찢고, 머리에 재를 뒤집어 쓴 채 달려왔습니다. 그 사람이 실로에 이르렀을 때, 엘리가 길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엘리는 의자에 앉아 소식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엘리는 하나님의 궤 때문에 걱정이 되었습니다. 베냐민 사람이 실로에 이르러 나쁜 소식을 전하자, 마을의 모든 백성들이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엘리는 그 우는 소리를 듣고 “이게 무슨 소리냐?” 하고 물었습니다. 베냐민 사람이 엘리에게 달려와 사실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엘리는 그 때, 구십팔 세였으며 앞을 보지 못했습니다. 베냐민 사람이 말했습니다
“저는 싸움터에서 왔습니다. 오늘 싸움터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엘리가 물었습니다.
“여보게, 싸움은 어떻게 되었나?”
베냐민 사람이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블레셋 사람들에게 져서 도망쳤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많은 군인을 잃었고, 제사장의 두 아들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궤를 블레셋 사람들에게 빼앗겼습니다.”
베냐민 사람이 하나님의 궤 이야기를 하자, 엘리는 의자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엘리는 문 옆으로 넘어지면서 목이 부러지고 말았습니다. 이는 나이가 많은 데다가 뚱뚱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엘리는 죽었습니다. 그는 사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엘리의 며느리인 비느하스의 아내가 임신하여 아기를 낳을 때가 다 되었습니다. 비느하스의 아내가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다는 것과 자기 시아버지인 엘리와 자기 남편인 비느하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곧 그 여자에게 진통이 왔습니다. 그 여자는 몸을 구부리고 아이를 낳으려 했습니다. 아기 엄마는 죽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기 낳는 것을 도와 주던 여자가 말했습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아들을 낳았어요.”
비느하스의 아내는 정신이 없어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비느하스의 아내는 아기의 이름을 이가봇이라고 지어주며 “영광이 이스라엘에게서 떠났도다” 라고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궤를 빼았겼고, 자기 시아버지와 남편도 죽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느하스의 아내가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궤를 빼앗겼으니, 영광이 이스라엘에게서 떠났도다.”
5장
블레셋 사람들은 하나님의 궤를 빼앗아 그것을 에벤에셀에서 아스돗으로 가지고 갔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하나님의 궤를 다곤 신전에 가지고 가서 다곤 신상 곁에 두었습니다. 아스돗 백성이 이튿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보니, 다곤 신상이 얼굴을 땅에 대고 여호와의 궤 앞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스돗 백성은 다곤 신상을 제자리에 다시 올려 놓았습니다. 이튿날 아침, 아스돗 백성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 보니 다곤 신상이 또 땅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다곤은 여호와의 궤 앞에서 머리와 손이 부러져 몸통만 남은 채 문지방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다곤의 제사장들과 아스돗의 다곤 신전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그 문지방을 밟지 않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아스돗과 그 이웃 백성에게 벌을 주셨습니다. 여호와께서는 피부에 종기가 나는 큰 고통을 그들에게 주셨습니다. 아스돗 백성은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신의 궤를 이 곳에 둘 수 없다. 하나님이 우리와 우리의 신 다곤을 벌하고 있다.”
아스돗 백성은 블레셋의 다섯 왕을 모이게 하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신의 궤를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블레셋의 왕들이 대답했습니다.
“이스라엘 신의 궤를 가드로 옮겨라.”
그래서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 신의 궤를 가드로 옮겼습니다. 하나님의 궤가 가드로 옮겨진 후에 여호와께서는 가드 성에 벌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가드의 늙은 사람과 젊은 사람 모두에게 고통을 주셨는데, 그들의 피부에도 종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블레셋 사람들이 하나님의 궤를 에그론으로 보냈습니다. 하나님의 궤가 에그론에 도착하자, 에그론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습니다.
“왜 이스라엘 신의 궤를 우리 성으로 가지고 오는 거요? 당신들은 우리와 우리 백성을 죽일 참이요?”
에그론 백성은 블레셋의 왕들을 다 모이게 한 후에 그 왕들에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신의 궤를 원래 있던 자리로 보내시오. 그 하나님의 궤가 우리와 우리 백성을 죽이기 전에 빨리 그렇게 하시오.”
그들은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그들을 너무나 무섭게 심판하셨기 때문입니다. 죽지 않고 살아 남은 사람은 피부에 종기가 나서 괴로움을 당했습니다. 그래서 온 성읍이 하늘을 향하여 크게 울부짖었습니다.
6장
블레셋 사람들은 여호와의 궤를 일곱 달 동안 자기 땅에 두었습니다. 그후, 블레셋 사람들은 제사장과 점쟁이들을 불러서 물었습니다.
“여호와의 궤를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것을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 보낼 방법을 말해 주시오.”
제사장과 점쟁이들이 대답했습니다.
“이스라엘 신의 궤를 돌려 보낼 생각이라면 빈손으로 돌려 보내지 마시오. 허물을 씻는 제사인 속건 제물과 함께 돌려 보내시오. 그래야 여러분의 병이 나을 것이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과연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벌을 내리셨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오.”
블레셋 사람들이 물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속건 제물로 무엇을 드리면 좋겠소?”
제사장과 점쟁이들이 대답했습니다.
“피부에 난 종기와 같은 모양으로 금종이 다섯 개를 만드시오. 그리고 금쥐 다섯 개도 만드시오. 금쥐와 금종기의 수는 블레셋 왕들의 수와 같아야 하오. 왜냐하면 똑같은 병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왕에게 닥쳤기 때문이오.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종기와 쥐의 모양을 만드시오. 그것을 이스라엘 신께 바치시오. 그리고 이스라엘 신께 영광을 돌리시오. 그러면 이스라엘 신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신과 여러분의 땅에 벌주시는 것을 멈추실 것이오. 이집트 백성과 파라오처럼 고집을 부리지 마시오. 하나님께서 이집트 백성에게 심하게 벌을 내리신 후에야 이집트 백성이 이스라엘 사람들을 나가게 한 것 아니었소? 여러분은 새 수레를 만드시오. 그리고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젖소 두 마리를 준비하시오. 그 젖소는 아직 멍에를 메어 본 적이 없는 것이어야 하오. 그 젖소들을 수레에 메고 새끼들은 집으로 돌려 보내시오. 새끼들이 자기 어미를 따라가게 하지 마시오. 여호와의 궤를 수레에 올려 놓으시오. 그리고 금종기와 금쥐들도 상자에 담아 궤 곁에 두시오. 그것들은 여러분의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하나님께 드리는 속건 제물이오. 수레를 곧장 앞으로 나아가게 하시오. 그리고 수레를 지켜 보시오. 만약 수레가 이스라엘 땅 벧세메스 쪽으로 가면 우리에게 이 큰 병을 주신 분은 여호와가 확실하오. 그러나 만약 수레가 벧세메스 쪽으로 가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우리에게 벌을 주신 것이 아니라 우연히 우리가 병들게 된 것으로 보면 될 것이오.”
블레셋 사람들은 제사장과 점쟁이들이 말한 대로 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젖소 두 마리를 가지고 와서 수레에 메우고 그 새끼들은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여호와의 궤를 수레에 올려 놓고, 금쥐와 금종기들이 든 상자도 수레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러자 소들이 벧세메스 쪽으로 곧장 갔습니다. 오른쪽으로나 왼쪽으로 치우치지 않았습니다. 블레셋의 왕들은 소들의 뒤를 따라 벧세메스의 경계까지 갔습니다. 그 때, 골짜기에서 밀을 베던 벧세메스 사람들이 눈을 들어 여호와의 궤를 보았습니다. 여호와의 궤를 다시 보게 된 그들은 매우 기뻤습니다. 수레는 벧세메스 사람인 여호수아의 밭으로 와서 큰 바위 곁에 멈추어 섰습니다. 벧세메스 사람들은 수레의 나무를 잘라 냈습니다. 그리고 소를 잡아서 주께 제물로 바쳤습니다. 레위 사람들은 여호와의 궤를 내려 놓고, 금쥐와 금종기가 든 상자도 내려 놓았습니다. 레위 사람들은 그 두 상자를 큰 바위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벧세메스 백성은 그 날, 태워 드리는 제물은 번제물과 희생 제물을 여호와께 바쳤습니다. 블레셋의 다섯 왕은 이 모든 일을 지켜 보고, 그 날 에그론으로 돌아갔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보낸 금종기는 여호와께 바치는 허물을 씻는 제물인 속건 제물이었습니다. 금종기를 보낸 마을의 이름은 아스돗, 가사, 아스글론, 가드, 그리고 에그론입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금쥐도 보냈는데, 금쥐의 숫자는 블레셋 왕들이 맡은 마을의 숫자와 같았습니다. 금쥐를 보낸 마을 중에는 성벽을 가진 굳건한 성도 있었고, 시골 마을들도 있었습니다. 벧세메스 사람들이 여호와의 궤를 올려 놓았던 큰 바위는 지금도 벧세메스 사람 여호수아의 밭에 그대로 있습니다.
그런데 벧세메스 백성 중 여호와의 궤를 들여다 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쳐 칠십 명을 죽이셨습니다. 벧세메스 백성은 여호와께서 자기들에게 그토록 무섭게 벌주시는 것을 보고 소리내어 울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누가 이 거룩하신 하나님, 여호와 앞에 설 수 있겠는가? 이 여호와의 궤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가?”
벧세메스 백성은 기럇여아림 백성에게 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들을 보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여호와의 궤를 돌려 보냈소. 이리로 와서 그것을 당신들의 성으로 가지고 가시오.”
7장(쉬운성경)
기럇여아림 사람들이 와서 여호와의 궤를 가지고 갔습니다. 그들은 그 상자를 언덕 위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 두고 아비나답의 아들 엘리아살을 거룩한 사람으로 세워 여호와의 궤를 지키게 하였습니다. 여호와의 궤는 기럇여아림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머무른 기간은 이십 년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다시 여호와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 모든 지파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진심으로 여호와께 돌아오려면, 여러분 가운데 있는 이방신들과 아스다롯 우상을 없애 버려야 하오. 여러분은 온전히 여호와께 자신을 바치고 여호와만을 섬겨야 하오. 그러면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구해 주실 것이오.”
그리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알과 아스다롯 우상들을 없애 버리고 오직 여호와만을 섬겼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미스바에 모이시오. 여러분을 위해 여호와께 기도드리겠소.”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미스바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땅에서 물을 길어 내어 여호와 앞에 부었습니다. 그들은 그 날 아무것도 먹지 않고 “우리는 여호와께 죄를 지었습니다” 하고 고백했습니다. 사무엘은 미스바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스바에 모여 있다는 이야기를 블레셋 사람들이 듣고,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올라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를 위해 여호와께 기도드리는 일을 멈추지 마시오. 우리를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구해달라고 하시오.”
사무엘은 어린 양을 가져다가 여호와께 통째로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로 바쳤습니다. 사무엘은 이스라엘을 위하여 여호와께 부르짖었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의 기도를 들어 주셨습니다. 사무엘이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을 바치고 있는 동안, 블레셋 사람들은 점점 가까이 왔습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했습니다. 그 날에 여호와께서는 블레셋 사람들을 향하여 큰 천둥 소리를 내셨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놀라, 크게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이겼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미스바에서 달려나가 블레셋 사람들의 뒤를 쫓았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벧갈까지 뒤쫓으면서 블레셋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사무엘은 돌을 하나 가져다가 미스바와 센 사이에 세우고, 그 돌을 에벤에셀이라고 불렀습니다. 사무엘은 “여호와께서 우리를 이 곳까지 도와 주셨다” 하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블레셋 사람들은 싸움에서 졌습니다. 더 이상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 땅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이 살아있는 동안, 블레셋 사람들을 막아 주셨습니다. 옛날에 블레셋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의 마을을 빼앗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사람들은 에그론에서 가드까지 그 마을들을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마을 주변의 땅도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다시 빼앗아 왔습니다. 이스라엘과 아모리 사람들 사이에도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사무엘은 평생토록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해마다 사무엘은 벧엘에서 길갈을 거쳐 미스바로 갔습니다. 사무엘은 이 모든 마을에서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언제나 자기 집이 있는 라마로 돌아왔습니다. 사무엘은 라마에서도 이스라엘을 다스렸습니다. 사무엘은 그 곳에서 여호와께 제단을 쌓았습니다.
8장
사무엘은 나이가 들어 자기 아들들을 이스라엘의 사사로 삼았습니다. 사무엘의 맏아들 이름은 요엘이었고, 둘째는 아비야였습니다. 요엘과 아비야는 브엘세바에서 사사로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의 아들들은 사무엘처럼 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정직하지 않은 방법으로 돈을 모으려 했습니다. 그들은 남몰래 돈을 받고 공정하지 않은 재판을 했습니다.
그래서 장로들이 모두 모여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왔습니다. 장로들이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이제 당신은 늙었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처럼 살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도 다른 나라들처럼 우리를 다스릴 왕을 세워 주십시오.”
사무엘은 장로들의 이 말을 기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은 여호와께 기도드렸습니다.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백성들이 너에게 말하는 것을 다 들어 주어라. 백성들이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버려 내가 그들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백성들이 하는 일은 언제나 똑같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에서 데리고 나올 때부터 오늘날까지 그들은 나를 버렸고 다른 신들을 섬겼다. 그런데 그들은 똑같은 일을 너에게도 하고 있다. 이제 백성의 말을 들어 주어라. 그러나 그들에게 경고하여라. 그들을 다스릴 왕이 어떤 일을 할 지 일러 주어라.”
사무엘은 왕을 달라고 한 사람들에게 대답했습니다. 사무엘은 여호와께서 하신 말씀을 모두 전해 주었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을 다스릴 왕을 달라고 하는데, 그 왕은 이런 일을 할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아들을 빼앗아 갈 것이고, 그 아들을 데려다가 자기 전차와 말을 몰게 할 것이오. 여러분의 아들은 왕의 전차 앞에서 달리게 될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아들 중에서 몇 명을 뽑아 군인 천 명을 거느리는 지휘관인 천부장과 군인 오십 명을 거느리는 지휘관인 오십부장을 삼을 것이며, 다른 아들에게는 자기 땅을 갈게 하거나 땅에서 나는 것을 거둬 들이게 할 것이오. 또 다른 아들에게는 전쟁 무기나 자기 전차에 쓸 장비를 만들게 할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딸도 빼앗아 갈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딸에게 향료를 만들게 하거나 자기가 먹을 음식을 요리하게 할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제일 좋은 밭과 포도원과 올리브 나무 밭을 빼앗아 자기 신하들에게 줄 것이오. 여러분이 거둔 곡식과 포도의 십분의 일을 가져다가 왕의 관리와 신하들에게 나눠줄 것이오. 왕은 여러분의 남종과 여종도 빼앗아 갈 것이오. 또 여러분의 제일 좋은 소와 나귀도 빼앗아, 왕의 일을 시킬 것이오. 왕은 여러분 양 떼의 십분의 일을 가져갈 것이고, 여러분 스스로는 왕의 종이 될 것이오. 그 때, 여러분은 여러분이 뽑은 왕 때문에 울부짖게 될 것이오. 하지만 여호와께서는 여러분에게 대답하지 않으실 것이오.”
그러나 백성들은 사무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우리를 다스릴 왕이 필요합니다. 왕이 있으면 우리도 다른 모든 나라들과 같게 됩니다. 우리 왕이 우리를 다스릴 것입니다. 왕이 우리와 함께 나가서 우리를 위해 싸울 것입니다.”
사무엘은 백성들이 하는 말을 다 들었습니다. 사무엘은 그들이 한 말을 다 여호와께 말씀드렸습니다. 여호와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들의 말을 들어 주어라. 그들에게 왕을 주어라.”
그 말씀을 듣고 사무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모두 자기 마을로 돌아가시오.”
9장
아비엘의 아들 기스는 베냐민 지파 사람이었습니다. 기스는 능력의 용사였습니다. 기스의 아버지 아비엘은 스롤의 아들이고, 스롤은 베고랏의 아들이며, 베고랏은 베냐민 사람 아비아의 아들입니다. 기스에게는 사울이라는 아들이 있었는데, 사울은 잘생긴 젊은이였습니다. 이스라엘 사람 중에 사울처럼 잘생긴 사람은 없었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어느 누구보다도 키가 컸습니다. 사울의 아버지인 기스의 나귀들이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스는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종을 한 명 데리고 가서 나귀들을 찾아오너라.”
사울은 에브라임 산지를 돌아다녔습니다. 또 살리사 땅도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나 사울과 그의 종은 나귀를 찾지 못했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사알림 땅으로 가 보았으나 그 곳에도 나귀는 없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베냐민 땅으로도 가 보았으나 그 곳에서도 나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숩 지역에 이르렀습니다. 사울이 자기 종에게 말했습니다.
“그냥 돌아가자. 아버지가 나귀들보다 우리를 더 걱정하시겠다.”
그러나 사울의 종이 대답했습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이 마을에 계십니다. 그 사람이 말한 것은 모두 이루어지기 때문에, 백성들은 그 사람을 존경합니다. 지금 이 마을로 들어갑시다. 어쩌면 그 사람이 우리가 찾는 나귀를 찾아 줄지도 모릅니다.”
사울이 자기 종에게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에게 무엇을 드리지? 우리 가방에는 음식도 없고 그 사람에게 드릴 선물도 없지 않은가?”
그러자 종이 사울에게 대답했습니다.
“보십시오. 저에게 은 사분의 일 세겔이 있습니다. 이것을 그 하나님의 사람에게 드리십시오. 그러면 그 사람이 우리 나귀를 찾아 줄 것입니다.”
(옛날에는 이스라엘 사람이 하나님께 물어볼 것이 있으면 “선견자에게 가자” 하고 말했습니다. 옛날에 선견자라고 부르던 사람을 지금은 예언자라고 부릅니다.)
사울이 자기 종에게 말했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이다. 자, 가자.”
그리하여 이 두 사람은 하나님의 사람이 살고 있는 마을로 갔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마을로 가는 언덕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그 길에서 그들은 물을 길러 나오는 젊은 여자들을 만났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예언자가 이 마을에 계십니까?” 하고 물어 보았습니다. 젊은 여자들이 대답했습니다.
“예, 이 마을에 계십니다. 방금 이 곳을 지나가셨으니 서두르세요. 오늘 사람들이 예배 장소에서 제사를 드리기 때문에, 그 분이 방금 우리 마을에 오셨습니다. 지금 마을로 들어가면, 그분이 식사를 하러 예배 장소로 올라가시기 전에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백성들은 그 예언자가 오기 전에는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먼저 예언자가 제물에 축복을 해야 손님들도 식사를 합니다. 그러니 지금 가십시오. 그분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울과 그의 종은 마을로 올라갔습니다. 그들이 마을에 들어서자 곧 사무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무엘은 예배 장소로 가던 중이었습니다. 사무엘은 성을 나와 사울과 그의 종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었습니다.
사울이 오기 전날, 여호와께서는 사무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일 이맘때쯤 내가 너에게 한 사람을 보낼 것이다. 그 사람은 베냐민 사람이다. 너는 그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 내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릴 지도자로 삼아라. 그 사람은 내 백성을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구해 줄 것이다. 나는 내 백성의 고통을 보았고 그들의 부르짖는 소리를 들었노라.”
사무엘이 사울을 처음으로 보았을 때,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아라, 이 사람이 내가 말했던 그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사울이 성문 곁에 있는 사무엘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예언자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예언자요. 나보다 먼저 예배 장소로 올라가시오. 오늘 당신과 당신의 종은 나와 함께 식사를 하게 될 것이오. 내일 아침에 당신을 집으로 보내주겠소. 당신이 나에게 물어보려 하는 것도 다 대답해 주겠소. 삼일 전에 잃어버린 나귀들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그 나귀들은 이미 찾았소. 이스라엘은 지금 당신과 당신 아버지의 온 집안을 원하고 있소.”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베냐민 지파 사람입니다. 베냐민 지파는 이스라엘에서도 가장 작은 지파입니다. 그리고 내 집안은 베냐민 지파 중에서도 가장 작은 집안입니다. 그런데 왜 이스라엘이 나를 원한다고 말씀하십니까?”
사무엘은 사울과 그의 종을 거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사무엘은 가장 좋은 자리에 사울과 그의 종을 앉혔습니다. 그곳에는 손님이 삼십 명 가량 있었습니다. 사무엘이 요리사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따로 부탁한 고기를 가져오시오.”
요리사는 넓적다리 부분을 가져다가 사울 앞 탁자에 올려놓았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이것은 당신을 위해 남겨 둔 고기요. 내가 손님을 청한 이 특별한 자리에서 당신을 위해 따로 떼어 놓은 것이니 이것을 먹으시오.”
그리하여 사울은 그 날, 사무엘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그들은 예배 장소에서 내려와 마을로 갔습니다. 사무엘은 자기 집 지붕 위에서 사울과 함께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튿날 새벽에 사무엘은 지붕 위에 있는 사울을 불러 말했습니다.
“일어나 떠날 준비를 하시오.”
그리하여 사울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엘과 함께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과 사무엘이 성을 나가기 바로 전에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종에게 먼저 가라고 이르시오.”
사울의 종이 앞서 가니, 사무엘이 사울에게 다시 말했습니다.
“당신은 잠깐 서시오. 당신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 주겠소.”
10장
사무엘은 기름병을 가져다가 사울의 머리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사무엘은 사울에게 입을 맞추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당신을 자기 백성 이스라엘의 지도자로 세우셨소. 당신은 여호와의 백성을 다스리게 될 것이오. 당신은 여호와의 백성을 이웃 나라 적들로부터 구해내야 할 것이오. 여호와께서 당신을 자기 백성의 지도자로 삼으셨다는 증거를 일러 주겠소. 오늘 나와 헤어진 후에 당신은 베냐민 땅의 경계인 셀사에 있는 라헬의 무덤 가까이에서 두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인데, 그 두 사람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오. ‘당신이 찾아다니던 나귀들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신 아버지께서 나귀보다 당신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을 찾지 못해 염려하고 계십니다.’ 그 후, 당신은 계속 가다가 다볼에 있는 큰 나무에 이를 것이오. 그 곳에서 벧엘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러 가는 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오. 첫 번째 사람은 염소 새끼 세 마리를 끌고 갈 것이고, 두 번째 사람은 빵 세 덩이를 가지고 갈 것이며, 세 번째 사람은 포도주가 가득 찬 가죽부대를 가지고 갈 것이오. 그 사람들은 당신에게 인사를 하고 빵 두 덩이를 줄 것이며, 당신은 그것을 받을 것이오. 그리고 나서 당신은 ‘하나님의 산 기브아’로 갈 것이오. 그곳에는 블레셋의 진이 있소. 그 마을 근처를 지날 때, 한 무리의 예언자들이 예배 장소에서 내려올 것이오. 그들은 수금과 비파를 타고 소고를 치며 피리를 불며, 예언을 할 것이오. 여호와의 영이 당신에게 강하게 들어갈 것이오. 당신은 이 예언자들과 함께 예언을 할 것이고, 당신은 변하여 다른 사람이 될 것이오. 이러한 표징들이 있은 후에 무엇이든지 당신 뜻대로 하시오. 하나님이 당신을 도우실 것이오. 나보다 먼저 길갈로 가시오. 나도 당신에게 내려갈 것이오. 그 때에 나는 태워 드리는 제물인 번제물과 화목 제물을 바칠 것이오. 하지만 당신은 칠 일 동안 기다려야 하오. 칠일이 지난 후에 내가 가서 당신이 할 일을 말해 주겠소.”
사울이 사무엘과 헤어져 몸을 돌이킬 때에 하나님이 사울의 마음을 변하게 하셨습니다. 그 날, 이 모든 표징이 사무엘이 말한 대로 일어났습니다. 사울과 그의 종이 기브아에 이르렀을 때, 사울은 한 무리의 예언자들을 만났습니다.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들어와서 사울은 예언자들과 함께 예언을 하였습니다. 사울이 예언자들과 함께 예언하고 있는 것을, 전부터 사울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스의 아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 사울도 예언자 중의 하나였던가?”
그곳에 사는 어떤 사람이 “이 예언자의 아버지는 누구요?” 하고 물었으므로, 이때부터 ‘사울도 예언자 중의 하나였던가?’라는 속담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사울은 예언하는 일을 멈춘 후에 예배 장소로 갔습니다.
사울의 삼촌이 사울과 그의 종에게 와서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느냐?”
사울이 말했습니다.
“나귀를 찾고 있었어요. 나귀를 찾을 수가 없어서 사무엘에게 물어보러 갔었어요.”
사울의 삼촌이 물었습니다.
“사무엘이 너에게 뭐라고 말했는지 이야기해 보아라.”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벌써 나귀를 찾았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사울은 자기가 왕이 될 것이라는 사무엘의 말은 삼촌에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은 이스라엘 모든 백성에게 미스바로 나아와 여호와를 만나라고 말했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나는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었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의 손에서 구해 주었다. 너희를 괴롭히는 다른 나라들에게서 너희를 구해 주었다.’ 그런데도 여러분은 여러분의 하나님을 배반하였소. 하나님은 모든 괴로움과 어려움에서 여러분을 건져 주셨소. 그런데 여러분은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다스릴 왕이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있소. 자, 이제 지파와 가문별로 여호와 앞에 서시오.”
사무엘이 이스라엘의 모든 지파를 가까이 나아오게 하니, 베냐민 지파가 뽑혔습니다. 사무엘은 베냐민 지파를 가문별로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러자 마드리의 가문이 뽑혔습니다. 사무엘은 다시 마드리의 집안 사람을 한 사람씩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러자 기스의 아들 사울이 뽑혔습니다. 사람들이 사울을 찾았을 때, 그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호와께 여쭤 보았습니다.
“사울이 여기에 와 있습니까?”
여호와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렇다. 사울은 짐꾸러미 뒤에 숨어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달려가 사울을 데려왔습니다. 사울이 사람들 사이에 서니, 사울의 키는 다른 사람들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습니다. 그때, 사무엘이 백성들에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뽑으신 사람을 보시오. 모든 백성 중에 이만한 사람은 없소.”
그러자 백성이 “왕 만세!” 하고 외쳤습니다.
사무엘은 왕의 권리와 의무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는 왕의 규칙을 책에 써서 여호와 앞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무엘은 백성들에게 자기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사울도 기브아에 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하나님께서 몇몇 용감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셔서 그 사람들이 사울과 함께 가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나 몇몇 불량배들은 “이 사람이 어떻게 우리를 구할 수 있겠나?” 하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들은 사울을 미워하여 선물을 갖다 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그냥 잠자코 있었습니다.
11장
한 달쯤 후에 암몬 사람 나하스와 그의 군대가 길르앗 땅의 야베스 성을 에워쌌습니다. 야베스의 모든 백성이 나하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와 조약을 맺읍시다. 그러면 우리가 당신을 섬기겠소.”
그러자 나하스가 대답했습니다.
“너희들과 조약을 맺기는 하겠다. 하지만 조약을 맺기 전에 먼저 너희들의 오른쪽 눈을 뽑아 버려야겠다. 그리하여 온 이스라엘을 부끄럽게 만들어야겠다.”
야베스의 장로들이 나하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에게 칠 일 동안, 시간을 주시오. 우리는 온 이스라엘에 도움을 청하겠소. 만약 아무도 우리를 도우러 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당신이 하라는 대로 하겠소.”
야베스 성의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사울이 살고 있는 기브아에 왔습니다. 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들이 기브아 백성에게 소식을 전하자, 백성들은 큰 소리를 내며 울었습니다. 사울이 자기 소를 몰고 밭 가는 일을 마친 후에 집으로 돌아오다가 백성들이 우는 소리를 듣고 물었습니다.
“백성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소? 왜 울고 있소?”
백성들은 야베스에서 온,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이 자기들에게 한 말을 사울에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사울이 그 말을 들었을 때, 하나님의 영이 사울에게 강하게 들어왔습니다. 사울은 매우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는 소 두 마리를 잡아서 여러 토막으로 잘라내고, 그 토막을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사울은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들에게 명령하여 그 토막들을 이스라엘 모든 땅에 전하게 하였습니다. 명령을 전달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가서 외쳤습니다.
“누구든지 사울과 사무엘을 따르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소도 이렇게 하겠소.”
이 말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를 매우 두려워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모였습니다. 사울은 백성을 베섹으로 모이게 했는데 이스라엘에서 삼십만명이 모였고 유다에서 삼만 명이 모였습니다. 모인 사람들이 야베스에서 온, 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길르앗의 야베스 사람들에게 말하시오. 내일 해가 높이 뜨기 전에 당신들을 구해 주겠소.”
그리하여 명령을 받고 심부름하는 사람들은 가서 야베스의 백성들에게 이 말을 전했습니다. 야베스 백성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야베스 백성이 암몬 사람 나하스에게 말했습니다.
“내일 우리가 당신에게 항복하겠소. 그러니 우리를 어떻게 하든지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
이튿날 아침, 사울은 자기 군인들을 세 무리로 나누었습니다. 그들은 새벽에 암몬 사람들의 진을 공격하여 해가 높이 뜨기 전에 암몬 사람들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살아남은 암몬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두 사람도 함께 모이지 못하고 모두 흩어졌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에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사울이 왕이 되는 것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그 사람들을 이리로 끌어냅시다. 죽여 버리고 말겠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말하였습니다.
“안 되오. 오늘은 아무도 죽여서는 안 되오.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을 구해 주셨기 때문이오.”
사무엘이 백성에게 말했습니다.
“자, 우리가 함께 길갈로 갑시다. 거기에다 새로운 나라를 세웁시다.”
그리하여 모든 백성이 길갈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 앞에서 사울을 왕으로 세웠습니다. 그들은 여호와께 화목 제물을 바쳤습니다. 사울과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크게 기뻐했습니다.
12장
사무엘이 온 이스라엘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다 해주었소. 나는 여러분에게 왕을 세워주었소. 이제 여러분에게는 여러분을 이끌 왕이 있소. 나는 늙어 머리가 희어졌으나, 내 아들들은 여러분과 함께 여기에 있소. 나는 젊었을 때부터 여러분의 지도자로 일해왔소. 내가 지금 여호와와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왕 앞에 서 있으니, 내가 무슨 일이든지 잘못한 것이 있으면 말해 주시오. 내가 누구의 소나 나귀를 훔친 적이 있소? 내가 누구를 해치거나 속인 일이 있소? 내가 몰래 돈을 받고 잘못한 일을 눈감아 준 적이 있소? 내가 그런 일을 한 적이 있다면 다 갚아주겠소.”
이스라엘 사람들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우리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를 해치지도 않았습니다. 당신은 누구에게서도 공정하지 않게 무엇을 가져간 일이 없었습니다.”
사무엘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여러분이 말한 것의 증인이시오. 또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왕도 증인이오. 여호와와 왕이 내가 아무런 잘못도 행하지 않았다고 여러분이 말한 것의 증인이오.”
이스라엘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여호와와 왕이 우리의 증인이십니다.”사무엘이 또 백성에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와 아론을 세워 여러분의 조상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셨소. 거기에 그대로 서 있으시오. 여호와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조상에게 하신 모든 좋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겠소. 야곱이 이집트에 들어간 후에 야곱의 자손들은 여호와께 도와 달라고 부르짖었소.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모세와 아론을 보내 주셨소. 모세와 아론은 여러분의 조상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어 이곳까지 인도하였소. 그러나 여러분의 조상은 자기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잊어버렸소.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그들을 하솔의 군대 지휘관인 시스라의 노예가 되게 하셨소. 여호와께서는 또 여러분의 조상을 블레셋 사람들과 모압 왕의 노예가 되게 하셨소. 이들은 모두 여러분의 조상과 맞서 싸웠소. 그러자 여러분의 조상은 여호와께 이렇게 부르짖었소. ‘우리가 죄를 지었습니다. 우리가 여호와를 떠나 바알과 아스다롯을 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를 원수에게서 구해 주십시오. 그러면 우리가 여호와를 섬기겠습니다.’ 여호와께서는 여룹바알이라고도 부르는 기드온을 보내 주셨소. 또 여호와께서는 베단과 입다와 사무엘을 보내주셨소. 그리하여 여호와께서는 여러분 주변의 원수들에게서 여러분을 구해 주셨소. 그래서 안전하게 살 수 있었소. 그런데 여러분은 암몬 왕 나하스가 여러분을 공격하러 오는 것을 보고 ‘우리에게도 우리를 다스릴 왕이 필요합니다!’ 하고 말했소. 여호와께서 여러분의 왕이신데도 말이오. 자, 여기에 여러분이 뽑은 왕이 있소. 여호와께서 그를 여러분들 위에 세우셨소. 여러분은 여호와를 받들고 섬겨야 하오. 여러분은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해야 하오. 여러분과 여러분을 다스리는 왕은 여러분의 하나님 여호와를 따라야 하오. 그렇게 하면 모든 일이 잘 될 것이오. 그러나 만약 여러분이 여호와께 순종하지 않고 여호와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치실 것이오. 여호와께서는 전에 여러분의 조상에게 내리셨던 벌을 여러분에게도 내리실 것이오. 이제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여러분 앞에서 행하실 큰 일을 잘 보시오. 지금은 밀을 거두어들이는 때요. 내가 여호와께 기도드려 천둥과 비를 보내 달라고 하겠소. 이제 여러분은 왕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 여호와께 얼마나 나쁜 일이었나를 알게 될 것이오.”
그리고 나서 사무엘은 여호와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날, 여호와께서는 천둥과 비를 내리셨습니다. 그리하여 백성은 여호와와 사무엘을 매우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백성들이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종인 우리를 위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드려 주십시오. 우리를 죽게 내버려 두지 마십시오. 우리는 많은 죄를 지은 데다가 왕을 구하는 죄를 더하였습니다.”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여러분은 나쁜 일을 하였지만 이제부터라도 여호와를 떠나지 마시오. 온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섬기시오. 우상들은 아무 소용이 없소. 그러므로 우상을 섬기지 마시오. 우상을 여러분을 구해 줄 수도 없고 도와 줄 수도 없소. 우상은 쓸데없소. 여호와께서는 자기 이름을 위해서 자기 백성을 버리지 않으실 것이오. 그 분은 여러분을 자기 백성으로 삼은 것을 기뻐하고 계시오. 나는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소. 만약 내가 기도를 멈춘다면, 그것을 여호와께 죄를 짓는 일이 되오. 나는 여러분에게 무엇이 좋고 옳은 것인가를 가르치겠소. 오직 여호와만을 두려워하시오. 여러분은 온 마음을 다하여 언제나 여호와를 섬겨야 하오. 여호와께서 여러분을 위해 하신 놀라운 일들을 잊지 마시오. 만약 여러분이 고집을 피워 나쁜 일을 계속한다면, 하나님께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왕을 멸망시키실 것이오.”
13장
사울이 왕이 되었을 때, 그의 나이는 서른 살이었습니다. 그는 사십이년 동안, 이스라엘의 왕으로 있었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에서 삼천 명을 뽑았습니다. 그 중 이천 명은 벧엘 산지에 있는 믹마스에서 사울과 함께 있었고, 나머지 천 명은 베냐민 땅 기브아에서 요나단과 함께 있었습니다. 사울은 나머지 백성을 집으로 돌려 보냈습니다. 요나단이 게바에 있는 블레셋의 진을 공격하였습니다. 다른 블레셋 사람들이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히브리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알려 주시오.”
사울은 사람들을 시켜 이스라엘 모든 땅에 나팔을 불게 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모든 사람이 그 소식을 듣고 말했습니다.
“사울이 블레셋 진을 공격하였다. 이제 블레셋 사람들은 우리를 진짜로 미워할 것이다.”
그리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은 길갈에 있는 사울에게 모여들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도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에게는 전차 삼만 대와 말을 타는 군인 육천 명이 있었습니다. 블레셋 군인은 마치 바닷가의 모래처럼 많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벧아웬 동쪽에 있는 믹마스에 진을 쳤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용기를 잃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동굴과 나무숲으로 가서 숨었습니다. 바위 틈과 구덩이와 우물 속에 숨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히브리 사람은 요단 강을 건너 갓과 길르앗 땅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길갈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의 군대는 모두 두려워 떨고 있었습니다.
사울은 칠 일 동안, 기다렸습니다. 왜냐하면 사무엘이 그 곳에 오기로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무엘은 길갈로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군인들이 하나 둘씩 떠나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나에게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과 화목 제물을 가지고 오시오.”
그리고 그는 하나님께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을 바쳤습니다. 사울이 막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을 바쳤을 때, 사무엘이 도착했습니다. 사울은 사무엘을 맞으러 나갔습니다. 사무엘이 물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을 하였소?”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군인들은 하나둘씩 떠나가고 당신은 오지 않았습니다. 또 블레셋 사람들은 믹마스에 모여 있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길갈로 와서 나를 공격할 것인데, 나는 아직 여호와의 허락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을 바쳤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바보 같은 짓을 하였소. 당신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소. 당신이 하나님께 순종했다면,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 당신의 나라를 영원토록 세우셨을 것이오. 하지만 당신의 나라를 이제 이어지지 않을 것이오. 여호와께서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 내셨소. 여호와께서는 그 사람을 자기 백성의 통치자로 임명하셨소. 여호와께서 그렇게 하신 것은 당신이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이오.”이 말을 하고 나서 사무엘은 길갈을 떠나 베냐민 땅 기브아로 갔습니다.
나머지 군인은 사울을 따라 싸움터에 나갔습니다. 사울이 남아 있는 사람들을 세어 보니 육백 명 가량이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은 베냐민 땅 게바에 머물렀습니다. 그들을 따르는 군인들도 그 곳에 진을 쳤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믹마스에 진을 치고 있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위해 세 무리로 나누어 진을 떠났습니다. 첫 번째 무리는 수알 땅에 있는 오브라 길로 갔고, 두 번째 무리는 벧호론 길로 갔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무리는 사막 쪽에 있는 스보임 골짜기가 내려다보이는 경계 길로 떠났습니다.
이스라엘 모든 땅에는 대장장이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블레셋 사람들이 “히브리 사람들이 칼과 창을 만들까 두렵다”라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스라엘 사람은 쟁기나 괭이, 도끼, 낫을 갈려 할 때는 블레셋 사람들에게 갔습니다. 블레셋의 대장장이들은 쟁기와 괭이를 날카롭게 가는 데 은 삼분의 이 세겔을 받았고, 낫이나 도끼나 소를 몰 때 쓰는 쇠막대기를 가는 데 은 삼분의 일 세겔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에도 사울과 요나단을 따르는 군인들에게는 칼이나 창이 없었습니다. 오직 사울과 요나단만이 칼과 창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블레셋 군대의 한 무리가 믹마스에 있는 산길로 갔습니다.
14장
어느날,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자기 무기를 든 부하에게 말했습니다.
“자, 저쪽에 있는 블레셋 진으로 건너가자.”
요나단은 이 일을 자기 아버지에게 알리지 않았습니다. 사울은 기브아 근처의 미그론에 있는 석류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습니다. 사울에게는 군인이 육백 명쯤 있었는데, 그 중에는 에봇을 입고 있는 아히야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히야는 이가봇의 형제 아히둡의 아들이었습니다. 아히둡은 비느하스의 아들이었으며, 비느하스는 실로에서 여호와의 제사장이었던 엘리의 아들이었습니다. 백성 중 누구도 요나단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산길 양쪽에는 경사가 급한 언덕이 있었습니다. 요나단은 이 산길을 지나 블레셋의 진으로 가려 했습니다. 한쪽 절벽의 이름은 보세스였고, 다른 쪽 절벽의 이름은 세네였습니다. 한쪽 절벽은 북쪽으로 믹마스를 향해 있었고, 다른쪽 절벽은 남쪽으로 게바를 향해 있었습니다.
요나단이 자기 무기를 든 부하에게 말했습니다.
“자, 저 할례받지 않은 사람들의 진으로 가자. 어쩌면 여호와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이다.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구원을 주실 때는 군대의 수가 많고 적은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무기를 든 부하가 요나단에게 말했습니다.
“당신 생각에 좋을 대로 하십시오. 나는 당신과 함께 하겠습니다.”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건너가자. 그리고 그들 앞에 나타나자. 만약 그들이 우리에게 ‘우리가 너희에게 가기까지 기다려라’ 하고 말하면, 우리는 그대로 서서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만약 ‘우리에게로 오너라’ 하고 말하면, 이것은 여호와께서 그들을 우리 손 안에 주셨다는 표시니, 우리가 올라갈 것이다.”요나단과 그의 부하는 블레셋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저기 봐라! 구멍에 숨어있는 히브리 놈들이 기어 나왔다!”
진에 있던 블레셋 사람들이 요나단과 그의 부하에게 외쳤습니다.
“이리 와 봐라. 네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겠다.”
요나단이 자기 부하에게 말했습니다.
“내 뒤를 따라 올라오너라. 여호와께서 블레셋 사람들을 이스라엘에게 넘기셨다.”
요나단은 손과 발로 기어서 위로 올라갔습니다. 요나단의 부하도 요나단의 바로 뒤를 따라 올라갔습니다. 요나단은 앞으로 나가면서, 블레셋 사람들을 쳐서 넘어뜨렸습니다. 요나단의 부하도 요나단의 뒤를 따라가면서, 블레셋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이 첫 번째 싸움으로 요나단과 그의 부하는 한 쌍의 소가 반나절 동안 갈아엎을 만한 들판에서 블레셋 사람 이십 명 가량을 죽였습니다. 블레셋의 모든 군인들이 갑자기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진에 있던 군인이나 돌격대에 있는 군인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심지어 땅까지도 흔들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블레셋 사람들을 큰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셨습니다.
베냐민 땅 기브아에 있던 사울의 호위병들이, 블레셋 군인들이 사방으로 달아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울이 자기 군대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진에서 빠져나간 사람이 있는가 조사해 보시오.”
조사를 해보니, 요나단과 그의 부하가 없어졌습니다. 사울이 제사장 아히야에게 말했습니다.
“하나님의 궤를 가져오시오.”
그때에는 법궤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었습니다. 사울이 제사장 아히야에게 말하고 있을 때, 블레셋 진은 더욱더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아히야에게 말했습니다.
“그만두시오. 지금은 기도할 시간이 없소.”
사울과 그의 군대가 모두 모여서 싸움터에 들어섰습니다. 싸움터에 가보니, 블레셋 사람들이 제정신을 잃은 나머지 자기 편끼리 칼을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전에 블레셋 사람들을 섬기며 그들의 진에 함께 머물렀던 히브리 사람들이 사울과 요나단의 이스라엘 사람들 편으로 왔습니다. 에브라임 산지에 숨어있던 모든 이스라엘 사람은 블레셋 군인들이 달아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들도 싸움터에 나와 블레셋 사람들을 뒤쫓았습니다. 이처럼 여호와께서는 그날, 이스라엘 사람들을 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싸움터는 벧아웬을 지나 다른 곳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날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우 지쳐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사울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맹세하며 말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되어 적군을 물리쳐 이기기 전까지는 아무도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오. 누군든지 음식을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 것이오.”
그래서 이스라엘 군인들은 아무도 음식을 먹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군대가 숲으로 들어갔을 때, 숲속 이곳 저곳에 꿀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꿀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그들은 사울의 맹세를 두려워하여 아무도 꿀을 먹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나단은 사울이 자기 백성에게 말한 맹세를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요나단은 들고 있던 막대기 끝으로 꿀을 찍어 먹었습니다. 그는 그 꿀을 먹고 기운을 되찾았습니다. 그 때에 군인 중 한 사람이 요나단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모든 군인에게 맹세하여 말하기를 ‘누구든지 오늘 음식을 먹는 사람은 저주를 받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군인들이 배가 고파 지쳐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내 아버지가 우리 모두를 괴롭게 만드셨도다. 이 꿀을 조금 먹었는데도 이렇게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보아라. 그러니 오늘 적군에게서 빼앗은 음식을 우리 군인들이 먹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블레셋 사람들을 더 많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 날,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사람들을 믹마스에서 아얄론까지 물리쳐 이겼습니다. 이 일을 마친 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매우 피곤하였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사람들에게서 양과 소와 송아지들을 빼앗았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너무나 배가 고팠기 때문에 그 짐승들을 땅에서 잡아, 고기를 피째 마구 먹었습니다. 누군가가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고기를 피째 먹음으로써 여호와께 죄를 짓고 있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죄를 지었소. 큰 돌을 이리로 가지고 오시오!”
사울이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사람들에게 돌아다니면서 말하시오. ‘모두들 자기의 소와 양을 이리로 끌고 와서 잡아먹읍시다. 그러나 고기를 피째 먹음으로써 여호와께 죄를 짓지 맙시다.’”
그날 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짐승을 가지고 와서 그 곳에서 잡았습니다. 사울은 여호와께 제단을 쌓았습니다. 그 제단은 사울이 여호와께 쌓은 첫 제단이었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오늘 밤, 블레셋 사람들의 뒤를 쫓읍시다. 그들이 가진 것을 빼앗읍시다. 한 사람도 살려두지 맙시다.”
사람들이 대답했습니다.
“왕의 생각에 좋을 대로 하십시오.”
그러나 제사장이 말했습니다.
“하나님께 여쭤 봅시다.”
그리하여 사울이 하나님께 여쭤 보았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을 뒤쫓을까요? 주께서는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게 해주실 것입니까?”
그러나 그날, 하나님께서는 사울에게 대답해 주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자기 군대의 모든 지도자에게 말했습니다.
“이리 오시오. 오늘 누가 어떤 죄를 지었는가 알아봅시다. 살아계신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지만 내 아들 요나단이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그는 죽임을 당할 것이오.”
그러나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사울이 모든 이스라엘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여러분은 이쪽으로 서시오. 나와 내 아들 요나단은 저쪽으로 서겠소.”
사람들이 대답했습니다.
“왕의 생각에 좋을 대로 하십시오.”
사울이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기도하였습니다.
“저에게 올바른 대답을 주십시오.”
이어 제비뽑기를 하니 사울과 요나단이 뽑혔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죄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나와 내 아들 요나단 가운데 누가 죄인인지 제비를 뽑자.”
제비로 뽑힌 사람은 요나단이었습니다.
사울이 요나단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보아라.”
요나단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저 나무막대기로 꿀을 조금 찍어먹었을 뿐입니다. 그런 일로 제가 지금 죽어야 합니까?”
사울이 말했습니다.
“요나단아, 너를 죽이지 않으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무서운 벌을 주실 것이다.”
군인들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요나단을 죽이시겠다고요? 절대로 안됩니다. 요나단은 오늘 이스라엘을 구한 사람입니다. 살아계신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지만 요나단의 머리털 하나라도 땅에 떨어질 수 없습니다. 오늘 요나단은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블레셋 사람들과 싸웠습니다.”
이리하여 이스라엘 군대는 요나단을 살려주었습니다. 요나단은 죽지 않았습니다. 사울은 블레셋 사람들을 뒤쫓는 일을 그만두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군대는 자기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의 왕이 되어서 이스라엘 주변의 적들과 맞서 싸웠습니다. 사울은 모압과 암몬 사람과 에돔과 소바의 왕들과 블레셋 사람들과 싸웠습니다. 사울은 가는 곳마다 이스라엘의 적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사울은 강해졌습니다. 그는 용감하게 싸워서 아말렉 사람들도 물리쳐 이겼습니다. 사울은 이스라엘을 침략하고 약탈한 적들에게서 이스라엘을 구해 주었습니다.
사울의 아들 이름은 요나단과 리스위와 말기수아입니다. 사울의 큰 딸의 이름은 메랍이고, 작은 딸의 이름은 미갈입니다. 사울의 아내는 아히마아스의 딸 아히노암입니다. 사울의 군대 사령관은 넬의 아들 아브넬입니다. 넬은 사울의 삼촌입니다. 사울의 아버지 기스와 아브넬의 아버지 넬은 아비엘의 아들입니다.
사울은 살아있는 동안, 블레셋 사람들과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사울은 강하거나 용감한 사람을 보면 그 사람을 자기 군대의 군인으로 삼았습니다.
15장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나를 보내셔서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임명하셨소. 이제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시오. 만군의 여호와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소.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에 아말렉 사람들이 길을 막으려 했던 것을 내가 기억한다. 그러니 이제 가서 아말렉 사람들을 공격하여라. 아말렉 사람들의 가진 모든 것을 나에게 바치는 제물로 삼아 없애 버려라. 아무도 살려주지 마라. 남자와 여자, 어린아이와 갓난아기 뿐만 아니라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들도 모두 죽여 없애버려라.’”
그리하여 사울은 들라임으로 군대를 모았습니다. 군인이 이십만명 있었고, 유다 사람이 만 명 있었습니다. 사울은 아말렉 성으로 가서 골짜기에 군인들을 숨겨 놓았습니다. 사울이 겐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아말렉 사람들을 떠나시오. 아말렉 사람들과 함께 당신들까지도 죽이고 싶지 않소. 당신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이집트에서 나올 때,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었소.”
그리하여 겐 사람들은 아말렉 사람들에게서 떠났습니다. 사울은 아말렉 사람들을 물리쳐 이겼습니다. 사울은 하윌라에서 이집트의 경계에 있는 술까지 이르는 모든 길에서 아말렉 사람들과 싸웠습니다. 사울은 아말렉 왕 아각을 사로잡았습니다. 사울은 아각의 군대를 모두 칼로 죽였습니다. 그러나 사울과 그의 군대는 아각만은 죽이지 않고 살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제일 좋은 양과 살진 소와 양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좋은 동물들도 살려주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군대는 그 동물들을 죽이기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약하거나 쓸모없는 동물들만 죽였습니다.
그 때에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이 이제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이 후회된다. 사울은 내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다.”
사무엘은 이 말씀을 듣고 당황하였습니다. 그는 밤새도록 하나님께서 마음을 돌리시기를 간구하며 큰 소리로 부르짖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사무엘은 사울을 만나러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사무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울은 갈멜로 가서 자기 이름을 기리기 위해 기념비를 세웠습니다. 사울은 지금 길갈로 내려갔습니다.”
그후에 사무엘이 사울에게 갔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복을 주시길 빕니다. 나는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그러면 내 귀에 들리는 저 양의 소리와 소의 소리는 무엇입니까?”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군인들이 아말렉 사람들에게서 빼앗은 것입니다.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제물로 바치기 위해 제일 좋은 양과 소들을 남겨 둔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동물들은 다 죽여 없앴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그만두시오! 어젯밤에 여호와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을 들으시오.”
사울이 말했습니다.
“말해보시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옛날 당신은 스스로 작은 사람이라고 겸손해하지 않았습니까? 그때에 여호와께서 당신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여호와께서는 ‘가서 저 나쁜 백성 아말렉 사람들을 멸망시켜라. 그들과 전쟁을 하여 한 사람도 빠짐없이 다 죽여라’ 하고 당신에게 이 일을 맡기시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은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소? 왜 당신은 제일 좋은 것들을 없애지 않았소? 왜 당신은 여호와께서 악하다고 말씀하신 일을 하였소?”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여호와께 순종하였소. 나는 여호와께서 하라고 하신 일을 하였소. 나는 아말렉 사람들을 다 죽였소. 그리고 그들의 왕 아각도 사로잡아왔소. 군인들이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길갈에서 제물을 바치기 위해 제일 좋은 양과 소들을 남겨놓았을 뿐이오.”
그러나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여호와를 더 기쁘시게 할 것이 무엇이겠소? 태워드리는 제물인 번제물과 그 밖의 제사요? 아니면 순종이요? 하나님께 순종하는 것이 제사보다 낫소.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을 바치는 것보다 낫소. 순종하지 않는 것은 점쟁이의 속임수만큼 나쁘고, 교만한 고집은 우상을 섬기는 것만큼 나쁘오. 당신은 여호와의 명령을 듣지 않았소. 그러므로 이제 여호와께서 당신을 버려 왕의 되지 못하게 하실 것이오.”
그러자 사울이 사무엘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죄를 지었소. 내가 여호와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소. 내가 당신이 한 말을 따르지 않았소. 나는 백성이 두려워서 백성이 하자는 대로 하였소. 제발 내 죄를 용서해 주시오. 나와 함께 가서 내가 여호와께 예배드리게 해 주시오.”
그러나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과 함께 가지 않겠소. 당신은 여호와의 명령을 듣지 않았소. 그러므로 이제 여호와께서 당신을 이스라엘의 왕이 되지 못하게 하셨소.”
사무엘이 떠나려 하였습니다. 사울이 사무엘의 옷을 붙잡다가 그만 옷을 찢고 말았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오늘 이스라엘 나라를 이 옷자락처럼 찢어 당신에게서 빼앗아 당신의 이웃 중 한 사람에게 주셨소. 여호와께서 이 나라를 당신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셨소.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영원하신 분이오. 그 분께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으시고 자기 마음을 바꾸지도 않으시오. 여호와께서는 사람이 아니시오. 그러므로 사람처럼 마음을 바꾸시지 않을 것이오.”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내가 죄를 지었소. 하지만 내 백성의 장로들과 이스라엘 백성들 앞에서는 나를 높여주시오. 나와 함께 가서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 예배드릴 수 있도록 해 주시오.”
이 말을 듣고 사무엘은 사울과 함께 갔고, 사울은 여호와께 예배드렸습니다.
그 후에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아말렉 사람들의 왕 아각을 데리고 오시오.”
아각이 사슬에 묶여 사무엘에게 왔습니다. 아각은 ‘틀림없이 이제 난 살아났다’ 라고 생각하며 기뻐했습니다. 사무엘이 아각에게 말했습니다.
“네 칼 때문에 많은 어머니들이 자식을 잃었다. 이제 네 어머니가 자식을 잃을 차례이다.”
그리고 나서 사무엘은 길갈에 있는 여호와의 성소 앞에서 아각을 칼로 쳤습니다.
그리고 나서 사무엘은 그곳을 떠나 라마로 갔습니다. 그러나 사울은 기브아에 있는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사무엘은 더 이상 사울을 만나지 않았습니다. 사무엘은 사울 때문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또 여호와께서는 사울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셨습니다.
16장 (우리말 성경)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이스라엘을 다스리지 못하도록 사울을 버렸는데 너는 언제까지 사울을 위해 슬퍼하겠느냐? 네 뿔에 기름을 채우고 길을 떠나 베들레헴의 이새에게로 가거라. 내가 그의 아들 가운데 하나를 왕으로 선택했다.”
그러자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제가 어떻게 가겠습니까? 그 소식을 들으면 사울이 저를 죽일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암소 한 마리를 갖고 가서 ‘내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러 왔다’라고 말하여라. 그리고 이새를 제사 드리는 데 초청하여라.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내가 네게 알려주겠다. 너는 내가 일러주는 사람에게 기름 부어야 할 것이다.”
사무엘은 여호와께서 말씀하신 대로 했습니다. 그가 베들레헴에 도착하자 그 성의 장로들이 떨면서 그를 맞이하며 물었습니다.
“평안한 일로 오셨습니까?”
사무엘이 대답했습니다.
“그렇다. 평안한 일로 왔다. 내가 여호와께 제사를 드리려고 왔으니 너희는 몸을 거룩하게 하고 나와 함께 제사드리러 가자.”
그리하여 그는 이새와 그 아들들을 거룩하게 하고 제사에 초청했습니다.
그들이 도착하자 사무엘이 엘리압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실 사람이 정말 여호와 앞에 나와 있구나.”
그러나 여호와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겉모습이나 키를 보지 마라. 나는 그를 이미 버렸다. 내가 보는 것은 사람이 보는 것과 다르다. 사람은 겉모습을 보지만 여호와는 마음의 중심을 보신다.”
그때 이새가 아비나답을 불러 사무엘 앞을 지나가게 했습니다. 그러나 사무엘은 “이 아들도 여호와께서 선택하신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새가 삼마를 지나가게 하자 사무엘이 또 말했습니다.
“이 아들도 여호와께서 선택하지 않으셨다.”
이새는 자신의 일곱 아들들 모두를 사무엘 앞에 지나가게 했지만 사무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이들을 선택하지 않으셨다.”
사무엘이 이새에게 물었습니다.
“네 아들이 다 온 것이냐?”
이새가 대답했습니다.
“막내가 하나 있기는 한데 지금 양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그를 불러 오너라. 그가 도착할 때까지 식사 자리에 앉지 않겠다.”
그래서 이새는 사람을 보내 막내 아들을 데려왔습니다. 그는 발그레한 살결에 눈이 반짝였으며 얼굴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러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저 아이가 맞다. 일어나 그에게 기름부어라.”
사무엘은 기름이 담긴 뿔을 가져와 그 형제들 앞에서 다윗에게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여호와의 영이 크게 다윗에게 임했습니다. 그러고 난 뒤 사무엘은 거기서 떠나 라마로 갔습니다.
여호와의 영이 사울에게서 떠났고 여호와께서 보내신 악한 영이 사울을 괴롭혔습니다. 사울의 신하들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하나님께서 보내신 악한 영이 왕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여기 당신의 종들에게 명령을 내려 하프를 켜 줄 사람을 구하게 하십시오. 하나님께서 보내신 악한 영이 당신에게 올 때 그가 하프를 켜면 좀 나아지실 겁니다.”
그러자 사울이 신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하프를 잘 켜는 사람을 찾아 내게로 데려오라.”
신하들 가운데 하나가 대답했습니다.
“베들레헴 사람 이새의 아들 하나를 알고 있는데 그는 하프도 잘 켜고 용감하며 말도 잘할 뿐 아니라 외모도 준수합니다. 게다가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십니다.”
그러자 사울이 이새에게 사람을 보내 말했습니다.
“양들과 함께 있는 네 아들 다윗을 내게 보내거라.”
이새는 곧 나귀에 빵과 포도주 한 부대와 어린 염소 한 마리를 딸려 자기 아들 다윗과 함께 사울에게 보냈습니다. 다윗은 사울에게 가서 그를 섬기게 됐습니다. 사울은 그를 무척 좋아했고 다윗은 사울의 무기를 맡은 사람이 됐습니다. 그때 사울이 이새에게 전갈을 보냈습니다.
“다윗이 내 마음에 드니 그가 나를 섬길 수 있도록 남아있게 하여라.”
하나님께서 보내신 악한 영이 사울에게 내리면 다윗은 하프를 가져와 연주했습니다. 그러고 나면 악한 영이 떠나고 사울은 회복돼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17장
그때 블레셋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려고 군대를 소집해 유다 땅 소고에 모이게 한 후 소고와 아세가 사이의 에베스담밈에 진을 쳤습니다. 사울도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 모아 엘라 골짜기에 진을 치고 블레셋 군사들과 맞서기 위해 전열을 갖추었습니다.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한쪽 언덕은 블레셋 사람들이, 다른 한쪽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차지한 것입니다. 그때 블레셋 진영에서 골리앗이라는 장수가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가드 사람인 그는 키가 6규빗이나 되었습니다. 그는 머리에 청동 투구를 쓰고 5000세겔이나 나가는 청동으로 된 비늘 갑옷을 입었으며 다리에는 청동받이를 차고 어깨에는 청동 단창을 메고 있었습니다. 그 창 자루는 베틀채 같고 창 머리는 무게가 600세겔이나 됐습니다. 그의 앞에는 방패를 든 사람이 걸어 나왔습니다. 골리앗이 서서 이스라엘 군대를 향해 소리쳤습니다.
“너희는 왜 전열을 갖추고 나왔느냐? 나는 블레셋 사람이고 너희는 사울의 부하들이 아니냐? 누구든 하나만 골라서 내게 보내라. 만약 나와 싸워서 그가 나를 죽이면 우리가 너희 종이 되겠고 내가 그를 쳐서 죽이면 너희가 우리 종이 돼 섬겨야 한다.”
그러고 나서 그 블레셋 장수는 다시 소리쳤습니다.
“오늘 내가 이렇게 이스라엘 군대를 모욕했으니 한 사람을 내게 보내라. 서로 싸우자.”
이 블레셋 사람의 말을 듣고 사울과 온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가 죽어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다윗은 유다 땅 베들레헴에 있는 에브랏 사람 이새의 아들입니다. 이새에게는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사울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던 무렵 이새는 나이 많은 노인이었습니다. 이새의 아들 가운데 위로 세 아들이 사울을 따라 싸움터에 나가 있었습니다. 그들은 맏아들 엘리압, 둘째 아들 아비나답, 셋째 아들 삼마입니다. 다윗은 막내 아들입니다. 위로 세 아들은 사울을 따라갔지만 다윗은 이따금씩 사울에게 갔다와서는 베들레헴에서 자기 아버지의 양들을 돌보았습니다. 그 블레셋 사람 골리앗은 40일 동안 밤낮으로 앞에 나와서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그때 이새가 그의 아들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이 볶은 곡식 1에바와 빵 열 덩이를 네 형들이 있는 진영으로 빨리 가져다주어라. 이 열 개의 치즈는 그들의 천부장에게 가져다주고 네 형들이 잘 있는지 물어본 뒤 형들이 잘 있다는 증표를 가져오너라.”
그때 그의 형들은 사울이 이끄는 이스라엘 군인들과 함께 엘라 골짜기에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다윗은 양들을 양치기에게 맡기고 그의 아버지 이새가 말한대로 짐을 챙겨 길을 떠났습니다. 그가 진영에 도착했을 때 마침 군대는 함성을 지르며 전장으로 나가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과 블레셋 사람들은 전열을 갖추고 서로 맞서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가져온 물건들을 보급 장교에게 맡기고 전선으로 달려가 형들을 만났습니다. 형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가드 출신의 그 블레셋 장수 골리앗이 자기쪽 전열에서 나와 늘 하던 대로 이스라엘을 모욕하며 싸움을 걸어왔습니다. 다윗도 그 말을 듣게 됐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고 모두 두려워 벌벌 떨며 도망쳤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말했습니다.
“저 사람이 또 올라왔군. 늘 나와서 저렇게 이스라엘을 모욕한다네. 저 사람을 죽이는 사람에게는 왕께서 큰 재물을 내리신다지? 그뿐 아니라 자기 딸과 결혼도 시키고 그 집안에는 모든 세금을 면제해 주신다는군.”
그때 다윗이 곁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저 블레셋 사람을 죽여 이스라엘의 치욕을 씻는 사람에게 어떻게 해준답니까? 저 할례도 받지 않은 블레셋 사람이 도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살아계신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하는 것입니까?”
사람들은 그를 죽이면 이러이러한 상을 주신다고 자기들끼리 하던 말을 다윗에게 그대로 해주었습니다.
다윗의 큰형 엘리압이 다윗이 그들과 하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네가 왜 여기 왔느냐? 들에 있는 몇 마리 안 되는 양들을 누구한테 맡겼느냐? 이 건방지고 고집 센 녀석, 싸움 구경이나 하려고 온 것 아니냐?”
다윗이 말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습니까? 군사들과 말하는 것이 잘못입니까?”
그러고는 다른 사람에게 가서 그것에 대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들도 똑같은 대답을 했습니다.
누군가 다윗이 하는 말을 듣고 사울에게 보고했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다윗을 불렀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저 블레셋 사람 때문에 우리의 기가 죽어서는 안 됩니다. 왕의 종인 제가 나가서 그와 싸우겠습니다.”
사울이 대답했습니다.
“네가 어떻게 저 블레셋 사람과 싸울 수 있단 말이냐? 너는 아직 어리고 저 사람은 어릴 적부터 싸움터에서 단련해 온 전사다.”
그러나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왕의 종인 저는 아버지의 양들을 지켜왔습니다. 사자나 곰이 나타나 양을 훔쳐가면 뒤쫓아가서 때려 쓰러뜨리고 그 입에서 양을 구해냈습니다. 그리고 제게 달려들면 털을 움켜잡고 때려 죽였습니다. 그렇게 사자도 죽이고 곰도 죽였습니다. 저 할례받지 못한 블레셋 사람도 그 짐승들 가운데 하나처럼 될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군대를 모욕한 사람을 어찌 그냥 내버려 둘 수 있단 말입니까? 사자의 발톱과 곰의 발톱에서 저를 구해 내신 여호ㅇ와께서 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도 구해내실 것입니다.”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가거라.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하시기를 바란다.”
사울은 다윗에게 자기 군복을 입혔습니다. 갑옷을 입히고 머리에 청동 투구도 씌워 주었습니다. 다윗은 그 군복 위에 칼을 차고 시험삼아 걸어 보다가 사울에게 “이런 옷들은 익숙하지 않아서 입고 갈 수가 없습니다” 하고는 그것들을 다 벗어버렸습니다. 대신에 자기 지팡이를 들고 시냇가에서 매끄러운 돌 다섯 개를 골라 양치기 주머니에 넣은 다음 손에 물매를 쥐고 그 블레셋 사람에게로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그 블레셋 사람도 방패 든 사람을 앞세우고 다윗에게 가까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다윗을 물끄러미 쳐다보고는 그가 볼이 불그스레하고 잘생긴 어린아이인 것을 보고 우습게 여겼습니다. 그 블레셋 사람은 다윗에게 “막대기나 들고 오다니 내가 개인 줄 아느냐?” 하고는 자기 신들의 이름으로 다윗을 저주했습니다. 그는 또 말했습니다.
“이리로 오너라. 내가 네 살점을 공중의 새들과 들판의 짐승들에게 주겠다.”
그러자 다윗이 블레셋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칼과 창과 단창으로 내게 나오지만 나는 만군의 여호와, 곧 네가 모욕한 이스라엘 군대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네게 나간다. 오늘 여호와께서 너를 내 손에 넘겨주실 것이고 나는 너를 쳐서 네 목을 벨 것이다. 오늘 내가 이 블레셋 사람의 시체를 공중의 새들과 땅의 짐승들에게 주면 이스라엘에 하나님이 계신 것을 온 세상이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여호와께서는 칼과 창으로 구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여기 모인 사람들이 다 알게 될 것이다. 전쟁은 여호와께 속한 것이니 그 분이 너희 모두를 우리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그 블레셋 사람이 일어나 공격하려고 다가오자 다윗은 재빨리 그가 있는 대열을 향해 달려 나갔습니다. 다윗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돌을 꺼내 그 돌을 물매로 던져 블레셋 사람의 이마를 정통으로 맞추었습니다. 돌이 그의 이마에 박히자 그는 땅에 머리를 박고 쓰러졌습니다.
이렇게 다윗은 물매와 돌 하나로 블레셋 사람을 이겼습니다. 손에 칼도 하나 없이 블레셋 사람을 쳐서 죽인 것입니다. 다윗이 달려가 그 블레셋 사람을 밟고 서서 그의 칼집에서 칼을 뽑아 그를 죽인 뒤 그 칼로 그 블레셋 사람의 목을 베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자기들의 영웅이 죽은 것을 보고 모두 도망쳤습니다. 이스라엘과 유다 사람들은 함성을 지르며 달려나와 가드 입구와 에그론 성문까지 블레셋 군대를 쫓아갔습니다. 그리하여 블레셋 사람들의 시체가 사아라임 길을 따라 가드와 에그론까지 널렸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블레셋 사람들을 쫓다가 돌아와 블레셋 진영을 약탈했습니다. 다윗은 그 블레셋 장수의 머리를 예루살렘으로 가져가고 그의 무기들은 자기 천막에 두었습니다.
사울은 다윗이 그 블레셋 장수를 향해 맞서서 나가는 것을 보고 자기 군대의 아브넬 장군에게 말했습니다.
“아브넬아, 저 소년이 누구 아들이냐?”
아브넬이 대답했습니다.
“왕이시여, 왕께서 살아계심으로 맹세하는데 누구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저 소년이 누구의 아들인지 알아보아라.”
다윗이 그 블레셋 장수를 죽이고 돌아오자마자 아브넬이 다윗을 사울에게 데려갔습니다. 다윗의 손에는 아직도 블레셋 사람의 머리가 들려 있었습니다. 사울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소년아, 너는 누구의 아들이냐?”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베들레헴에 사는 왕의 종 이새의 아들입니다.”
18장
다윗이 사울과 이야기를 마치자 사울의 아들 요나단은 다윗에게 마음이 끌려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사랑하게 됐습니다. 그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아버지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자기 곁에 두었습니다. 요나단은 다윗을 자기 목숨처럼 깊이 사랑했기 때문에 둘은 의형제를 맺었습니다. 요나단은 자기가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 다윗에게 주고 군복과 칼과 활과 허리띠까지 주었습니다. 다윗은 사울이 시키는 일마다 지혜롭게 잘 해냈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그를 군대의 높은 자리에 앉혔습니다. 이 일을 모든 백성들은 물론 사울의 신하들도 기뻐했습니다.
다윗이 블레셋 사람을 죽이고 군사들과 함께 돌아오는데 온 이스라엘 성읍에서 여자들이 소구와 꽹과리를 갖고 나와 노래하고 춤추며 사울 왕을 맞았습니다. 그들은 춤을 추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사울이 죽인 사람은 수천 명이요, 다윗이 죽인 사람은 수만 명이라네.”
사울은 이 노랫소리를 듣고 몹시 불쾌해 화가 치밀었습니다. 속으로 ‘다윗에게는 수만 명이라더니 내게는 고작 수천 명뿐이라는구나. 그가 더 가질 것은 이제 이 나라밖에 더 있겠는가?’ 하며 그때부터 다윗을 시기하고 질투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 하나님이 보내신 악한 영이 사울에게 강하게 내리덮쳤습니다. 사울이 발작이 도져 집안에서 소리지르며 다니자 다윗은 평소와 같이 하프를 켰습니다. 그때 사울의 손에 창이 들려 있었는데 그는 “다윗을 벽에다 박아버릴테다” 하고 혼잣말을 하며 창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두 번이나 그에게서 몸을 피했습니다. 사울은 다윗이 두려웠습니다. 여호와께서 사울을 떠나 다윗과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울은 다윗을 천부장으로 삼고 자기에게서 멀리 떠나보냈습니다. 그리하여 다윗은 부대를 이끌고 싸움터로 나갔는데 그는 가는 곳마다 승리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와 함께하셨기 때문입니다. 사울은 다윗이 큰 승리를 거두는 것을 보고 그를 더욱 두려워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이스라엘과 유다는 다윗이 어떤 전투에서나 백성들을 앞장서서 잘 이끌었기 때문에 그를 좋아했습니다.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내 큰딸 메랍을 네게 시집보낼 테니 너는 그저 나를 위해 여호와께서 함께하시는 전쟁에서 용감하게 싸우면 된다.”
그러나 사울은 속으로는 ‘내가 직접 그를 치지 않고 블레셋 사람들이 치도록 해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다윗은 “제가 누구이며 제 혈통이나 제 아버지의 집안이 이스라엘에서 무엇이기에 제가 감히 왕의 사위가 되겠습니까?” 하며 사양했습니다. 그러나 메랍을 다윗에게 주기로 한 때가 되자 사울은 딸을 므홀랏 사람 아드리엘에게 시집보내 버렸습니다. 한편 자신의 딸 미갈이 다윗을 사랑한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사울은 은근히 좋아했습니다. 사울은 또 ‘그 아이를 주어 다윗에게 덫이 되게 해서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해야겠다’ 하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사울은 다시 다윗에게 그를 사위 삼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사울은 신하들에게 명령했습니다.
“다윗에게 슬며시 이렇게 말해두라. ‘왕께서 당신을 기뻐하고 그 신하들도 모두 당신을 좋아하니 그분의 사위가 되시오’ 하고 말이다.”
사울의 신하들이 사울이 말한대로 다윗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나같이 천하고 가난한 사람이 왕의 사위가 되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아시오” 하고 말했습니다. 사울의 신하들이 다윗이 한 말을 사울에게 전했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말했습니다.
“너희는 다윗에게 가서 ‘왕께서 바라는 지참금은 별 것 아니다. 그저 왕의 적들에 대한 보복으로 블레셋 사람의 포피 100개만 가져오면 된다’ 라고 말하라.”
사울은 이렇게 해서 다윗을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죽게 할 속셈이었습니다. 신하들이 다윗에게 이 말을 전하자 다윗은 왕의 사위가 되겠다고 흔쾌히 대답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이 다 되기 전에 다윗은 사울 왕의 사위가 되기 위해 자기 군사들과 함께 나가 블레셋 사람 200명을 죽이고 그 명수만큼의 포피를 가져다가 왕에게 바쳤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자기 딸 미갈을 다윗의 아내로 주었습니다. 여호와께서도 다윗과 함께하시고 자기 딸 미갈도 다윗을 사랑하고 있음을 보고 사울은 더욱더 그를 두려워해 다윗을 평생 동안 원수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블레셋의 지휘관들이 계속 전쟁을 일으켰지만 그럴 때마다 다윗은 사울의 다른 신하들보다 큰 공적을 세웠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지게 됐습니다.
19장
사울은 자기의 아들 요나단과 모든 신하들에게 다윗을 죽이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요나단은 다윗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실을 다윗에게 알려주었습니다.
“내 아버지 사울 왕이 자네를 죽일 기회를 엿보고 계시니 내일 아침 조심해서 은밀한 곳에 숨어 있게. 내가 아버지와 함께 자네가 있는 그 들판으로 나가 자네에 대해 얘기하다가 무엇인가 알아내면 이야기해 주겠네.”
요나단은 아버지 사울 앞에서 다윗에 대해 좋게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종 다윗에게 실수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그는 왕께 잘못한 일이 없고 오히려 그가 한 일은 왕께 큰 덕이 됐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그 블레셋 장수를 죽였습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 온 이스라엘에 큰 승리를 주신 것입니다. 왕께서도 그것을 보셨고 또 기뻐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아무 이유도 없이 다윗처럼 죄 없는 사람을 죽여 죄를 지으려고 하십니까?”
사울이 요나단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맹세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으로 맹세하마. 내가 다윗을 절대로 죽이지 않겠다.”
그러자 요나단은 다윗을 불러 그 모든 일에 대해 말해주고 다윗을 사울에게 데려갔습니다. 다윗은 전처럼 사울을 섬기게 됐습니다.
또다시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이에 다윗이 전장에 나가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그들을 크게 무찌르자 그들은 그 앞에서 도망치기에 바빴습니다. 사울이 자기 집에서 창을 들고 앉아 있을 때 여호와께서 보내신 악한 영이 사울에게 내렸으므로 다윗이 그 앞에서 하프를 연주했습니다. 그때 사울은 창을 던져 다윗을 벽에 꽂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사울이 벽 쪽으로 창을 던지는 순간 재빨리 몸을 피했습니다. 그날 밤 다윗은 그곳을 빠져나와 도망쳤습니다. 사울은 다윗의 집으로 사람을 보내 지키고 있다가 아침에 다윗을 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아내 미갈이 그에게 경고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오늘 밤에 도망치지 않으면 내일은 틀림없이 죽임을 당하게 될 거에요.”
미갈은 다윗을 창문 아래로 달아 내려보냈고 다윗은 몸을 피해 도망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미갈은 우상을 가져다가 침대에 누이고 머리맡에는 염소털을 덮어 놓은 다음 겉옷으로 그것을 덮었습니다. 사울이 보낸 사람들이 다윗을 잡으러 오자 미갈은 “그가 지금 몸이 아프시다” 라고 둘러댔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다시 사람들을 보내 다윗이 아픈지 보고 오라며 말했습니다.
“그를 침대에 누인 채로 내게 데려오라. 내가 그를 죽이겠다.”
그러나 사람들이 들어가서 보니 침대에는 머리에 염소털을 씌운 우상만 뉘여 있을 뿐이었습니다. 사울이 미갈에게 “너는 왜 이렇게 나를 속이고 내 원수를 도망치게 했느냐?” 라고 말하자 미갈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그가 제게 ‘나를 놓아주시오. 어떻게 내가 당신을 죽이겠소?’ 하고 협박하며 말했습니다.”
그렇게 몸을 피해 도망친 다윗은 라마에 있는 사무엘에게 가서 사울이 자신에게 했던 일들을 모두 말해 주었습니다. 사무엘은 다윗을 나욧으로 데리고 가서 거기서 머물렀습니다. 누군가 사울에게 다윗이 라마의 나욧에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다윗을 잡으려고 사람들을 보냈습니다. 그들은 거기서 예언자들의 무리가 사무엘을 우두머리로 세우고 서서 예언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사울이 보낸 사람들에게도 하나님의 영이 내려와 그들도 예언하게 됐습니다. 사울이 이 말을 듣고는 더 많은 사람들을 보냈으나 그들도 예언을 했습니다. 사울이 세 번째로 사람들을 보냈지만 그들도 역시 예언을 했습니다. 마침내 사울이 친히 라마로 갔습니다. 그가 세구에 있는 큰 연못에 이르러 사무엘과 다윗이 어디 있냐고 묻자 누군가가 라마의 나욧에 있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그리하여 사울은 라마의 나욧으로 갔습니다. 그러자 사울에게도 하나님의 영이 내려서 그는 나욧에 이르기까지 걸으면서 계속 예언했습니다. 사울은 옷을 벗어 던지고 사무엘 앞에서도 예언을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날 온종일 벗은 채로 누워 있었습니다. 이런 까닭에 “사울도 예언자들 가운데 있느냐?” 하는 속담이 생기게 됐습니다.
20장
다윗은 라마의 나욧에서 도망쳐 나와 요나단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했습니까? 내가 무슨 죄를 저질렀단 말입니까? 내가 당신 아버지께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렇게 나를 죽이시려고 하십니까?”
요나단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네. 자네가 죽는 일은 결코 없을 걸세. 이보게, 내 아버지는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내게 알리지 않고는 어떤 일도 하지 않으시지 않은가? 그 분이 그런 일을 내게 숨기시겠는가? 절대 그러실 리 없네.”
그러나 다윗은 맹세하며 말했습니다.
“당신 아버지는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래서 당신이 이 일을 알게 되면 무척 슬퍼할 것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알리면 안된다고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여호와께서 살아 계시는 것과 당신의 생명을 놓고 맹세하는데 나와 죽음 사이는 한 걸음 밖에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요나단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자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보게. 내가 무엇이든 다 들어주겠네.”
그러자 다윗이 말했습니다.
“내일은 초하루입니다. 내가 왕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게 돼 있는 날입니다. 하지만 거기 가지 않고 내일 모레 저녁까지 들에 나가 숨어 있겠습니다. 만약 당신 아버지가 나를 찾거든 ‘다윗이 집안에 매년제가 있어 급히 자기 고향 베들레헴에 가야겠다고 부탁해 제가 허락했습니다’ 라고 말해 보십시오. 만약 잘했다고 하시면 내게 아무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버럭 화를 내시면 왕이 나를 해치려고 작정하신 걸로 아십시오. 그러니 당신은 당신의 종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십시오. 당신은 여호와 앞에서 나와 의형제를 맺지 않았습니까? 내가 만약 죄가 있다면 당신이 직접 나를 죽이십시오. 나를 굳이 당신 아버지에게 데려갈 이유가 있겠습니까?”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을 걸세. 내 아버지께서 자네를 해칠 생각을 조금이라도 비치신다면 왜 내가 자네에게 말해주지 않겠는가?”
다윗이 물었습니다.
“당신 아버지가 당신에게 화를 내신다면 누가 그것을 내게 말해주겠습니까?”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이리 와서 들판으로 나가 보세.”
그들은 함께 들로 갔습니다.
그러자 요나단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 맹세하고 말하겠네. 내가 모레 이맘때쯤 내 아버지 마음을 떠보겠네. 아버지가 자네를 좋게 생각하시면 사람을 보내 알려주겠네. 하지만 아버지가 자네를 해치려고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네에게 알려 자네를 무사히 갈 수 있도록 하겠네. 그렇지 않다면 여호와께서 내게 어떤 벌을 내리셔도 다 받겠네. 여호와께서 우리 아버지와 함께하셨던 것처럼 자네와 함께하시길 바라네. 그러니 자네는 내가 사는 동안 여호와와 같이 내게 끊임없는 긍휼을 베풀어 주고 내가 죽임을 당치 않게 하고 여호와께서 이 땅 위에서 자네 다윗의 원수들을 모조리 끊어버리시는 날에도 내 집안과의 의리를 끊지 말고 지켜 주게.”
이렇게 요나단은 다윗의 집과 언약을 맺으며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다윗의 원수들을 벌하시길 바라네.”
요나단이 다윗을 사랑했기에 다윗으로 하여금 다시 맹세케 했습니다. 이는 요나단이 다윗을 자기 몸처럼 사랑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요나단은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내일은 초하루이니 자네 자리가 비어 있으면 왕께서 분명 찾으실 걸세. 모레 저녁 즈음에 이런 일이 시작됐을 때 자네가 숨어 있던 에셀 바위 옆에 숨어 있게. 내가 과녁을 맞추는 척하면서 세 개의 화살을 그 곁에 쏘겠네. 그러고 나서 한 소년을 보내 ‘가서 화살들을 찾아오너라’하고 말할 걸세. 그때 만약 내가 소년에게 ‘보아라. 화살들이 이쪽에 있으니 가져 오너라’고 하면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으로 맹세하는데 자네는 무사할 것이니 안심하고 나오게. 그러나 만약 그 소년에게 ‘보아라. 화살들이 네 앞쪽에 있다’라고 하면 자네는 자네의 길을 떠나게. 여호와께서 자네를 떠나보내시려는 뜻인 줄로 알게나. 그리고 자네와 내가 약속한 이 일에 대해서는 여호와께서 자네와 나 사이에 영원히 증인이 되실 걸세.”
그리하여 다윗은 들판에 숨게 됐습니다. 초하루가 되자 왕은 식탁에 앉아 음식을 먹었습니다. 왕은 늘 앉는 벽쪽 자리에 앉았고 반대쪽에는 요나단이 그리고 사울의 옆에는 아브넬이 앉았습니다. 하지만 다윗의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사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속으로 ‘다윗에게 무슨 일이 있나 보군. 의식을 치르기에 정결하지 못한 게 분명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다음날 곧 그 달 둘째 날에도 다윗의 자리가 비었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아들 요나단에게 말했습니다.
“왜 이새의 아들이 식사하러 나오지 않느냐? 어제도 그러더니 오늘도 그렇구나.”
요나단이 대답했습니다.
“다윗이 베들레헴에 가게 해 달라고 제게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자기 가족이 베들레헴 성에서 제사를 드려야 하는데 자기 형이 그곳으로 오라고 했다면서 자기를 좋게 생각한다면 형제들을 볼 수 있도록 보내 달라고 간청하기에 보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왕의 식탁에 나오지 못한 것입니다.”
사울은 요나단에게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너 반역자며 사악한 여자의 자식아, 네가 그 이새의 아들 쪽을 택한 걸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네게도 망신이지만 널 낳아준 어미에게도 망신이다. 이새의 아들이 이 땅에 살아 있는 한 너와 네 나라는 세워지지 않을 것이다. 사람을 보내 다윗을 끌어 오너라. 그 놈은 죽어야만 한다.”
요나단이 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왜 다윗이 죽어야 합니까? 그가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러십니까?”
그러자 사울은 창을 던져 요나단을 죽이려 했습니다. 이제 요나단은 자기 아버지가 다윗을 죽이려고 작정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요나단은 분노로 부르르 떨며 식탁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날, 곧 그 달의 둘째 날 요나단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다윗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는 아버지가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침이 되자 요나단은 한 소년을 데리고 다윗을 만나기 위해 들판으로 나갔습니다. 요나단이 그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달려가 내가 쏘는 화살들을 찾아오너라.”
소년이 달려가자 요나단은 소년의 머리 위로 화살을 쏘았습니다. 소년이 화살이 떨어진 곳에 다다를 즈음 요나단은 소년의 뒤에서 소리질렀습니다.
“화살이 네 앞에 있지 않느냐?”
요나단은 소년의 뒤에서 계속 소리질렀습니다.
“서성대지 말고 빨리 달려가거라.”
소년은 화살을 주워 요나단에게로 돌아왔습니다. 소년은 이 모든 것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요나단과 다윗만 알 뿐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요나단은 소년에게 자기 무기를 주며 말했습니다.
“가거라. 이것을 성에 다시 갖다 놓아라.”
소년이 가고 난 뒤 다윗은 바위의 남쪽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세 번 절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 입을 맞추고 함께 울었습니다. 다윗이 더 많이 울었습니다. 요나단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평안히 가게. 우리가 여호와의 이름으로 서로 의형제를 맺지 않았는가? 여호와께서 자네와 나 사이에 또 자네 자손들과 내 자손들 사이에 영원히 증인이시네.”
그러고 나서 다윗은 길을 떠났고 요나단은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21장
다윗은 놉으로 가서 제사장 아히멜렉에게 이르렀습니다. 아히멜렉은 다윗을 만나자 벌벌 떨며 말했습니다.
“왜 혼자입니까? 왜 곁에 아무도 없습니까?”
다윗이 아히멜렉 제사장에게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내게 임무를 주시며 ‘아무도 네 임무와 지시받은 사항을 알지 못하게 하여라’라고 하셨습니다. 군사들에게는 내가 말해둔 곳에서 만나자고 말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혹시 무얼 가지신 것이 있습니까? 빵 다섯 덩이만 주십시오. 없으면 있는 것만이라도 좋습니다.”
그러자 제사장이 다윗에게 대답했습니다.
“그냥 먹는 보통 빵은 내가 가진 것이 없지만 여기 거룩한 빵은 있소. 군사들이 여인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면 줄 수 있소.”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출전할 때마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3일 동안이나 여인들을 멀리했습니다. 평범한 임무일 때도 군사들이 그릇들이 거룩한데 하물며 오늘 같은 때에야 얼마나 더 깨끗하겠습니까?”
그리하여 제사장은 다윗에게 거룩한 빵을 주었습니다. 여호와 앞에 차려 놓았던 진설병 밖에는 다른 빵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빵은 그날 따뜻한 빵을 올려 놓으면서 물려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사울의 신하들 가운데 하나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여호와 앞에 머물러 있던 그는 도엑이라는 에돔 사람으로서 사울의 양치기들 가운데 우두머리였습니다. 다윗이 아히멜렉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창이나 칼이 여기 있습니까? 내가 칼이나 다른 무기를 가져오지 못했습니다. 왕께서 시키신 일이 너무 급해서 말입니다.”
제사장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엘라 계곡에서 죽인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이 저기 천에 싸여 에봇 뒤에 있다오. 원한다면 가져가시오. 그것 말고는 여기에는 칼이 없소이다.”
다윗이 말했습니다.
“그만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내게 주십시오.”
그날 다윗은 사울에게서 도망쳐 가드 왕 아기스에게로 갔습니다. 그러자 그의 신하들이 아기스에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은 그 땅의 왕 다윗이 아닙니까? 백성들이 춤추고 노래하며 ‘사울이 죽인 사람은 수천 명이고 다윗은 수만 명이다’라고 말한 그 사람이 아닙니까?”
다윗은 이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는 가드 왕 아기스가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들 앞에서 정상이 아닌 것처럼 꾸몄습니다. 다윗은 그들 가운데 있는 동안 미친 척하며 문짝을 긁적거리기도 하고 수염에 침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아기스가 신하들에게 말했습니다.
“저 사람을 보라. 미치광이가 아니냐? 저 사람을 왜 내게 데려왔느냐? 내게 미치광이가 부족해서 저런 사람까지 데려와서 내 앞에서 미친 짓을 하게 하는 것이냐? 저 사람을 어찌 내 집에 들어오게 하겠느냐?”
22장
다윗은 가드를 떠나 아둘람 동굴로 피신했습니다. 그의 형제들과 집안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다윗을 만나러 그곳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뿐 아니라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 빚진 사람들, 현실에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그의 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다윗은 그들의 지도자가 됐는데 그와 함께한 사람들은 400명 정도나 됐습니다.
거기서 다윗은 모압 땅 미스바로 가서 모압 왕에게 “하나님께서 내게 어떻게 하실지 알려주실 때까지 내 부모가 와서 왕 곁에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하고 부탁했습니다. 그리하여 다윗은 그들을 모압 왕에게 맡겨두고 떠났고 다윗의 부모는 다윗이 요새에 있는 동안 모압 왕 곁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예언자 갓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요새에 머물러 있지 마시오. 유다 땅으로 들어가시오.”
그리하여 다윗은 길을 떠나 헤렛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울은 다윗과 그 일당들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울은 손에 창을 들고 기브아 언덕의 에셀 나무 아래에 앉아 있었고 그의 모든 신하들은 그를 둘러서 있었습니다. 사울이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잘 들으라. 베냐민 사람들아, 이새의 아들이 너희 모두에게 밭과 포도원을 주겠느냐? 그가 너희 모두를 천부장이나 백부장으로 삼겠느냐? 그래서 너희가 나를 대항해 음모를 꾸몄느냐? 내 아들이 이새의 아들과 언약을 맺었을 때도 그것을 내게 말해주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너희 가운데 누구도 나를 염려하는 사람이 없고 내 아들이 내 신하를 시켜 오늘이라도 매복했다가 나를 치라고 한 것을 말해주는 사람도 없구나.”
그때 에돔 사람 도엑이 사울의 신하들 가운데 서 있다가 말했습니다.
“이새의 아들이 놉으로 와서 아히둡의 아들 아히멜렉을 만난 것을 보았습니다. 아히멜렉은 그를 위해 여호와께 여쭈었고 먹을 것도 주고 블레셋 사람 골리앗의 칼도 주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아히둡의 아들인 제사장 아히멜렉과 놉에 있는 그 집안의 모든 제사장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왕 앞에 왔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잘 들어라 아히둡의 아들아.”
아히멜렉이 대답했습니다.
“예, 내 주여 말씀하십시오.”
사울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어떻게 이새의 아들과 공모하여 나를 대적하려고 할 수 있느냐? 어째서 네가 다윗에게 빵과 칼을 주고 그를 위해 하나님의 뜻을 여쭈어서 그가 오늘이라도 매복해 있다가 나를 치게 하려고 했느냐?”
아히멜렉이 왕에게 대답했습니다.
“왕의 신하들 가운데 다윗만큼 충성된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는 왕의 사위며 왕의 친위대장이며 왕의 집안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 아닙니까? 내가 그를 위해 하나님께 여쭈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왕께서는 이 종이나 이 종의 집안을 문책하지 말아주십시오. 왕의 종은 이 모든 일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했습니다.
“아히멜렉아, 너는 분명 죽을 것이다. 너와 네 아버지의 온 집안도 죽게 될 것이다.”
그러고 나서 왕은 곁에 있던 호위병들에게 명령했습니다.
“돌아서서 저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죽이라. 저들도 역시 다윗의 편을 들고 있다. 저들은 다윗이 도망친 것을 알고도 내게 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왕의 신하들은 자신들의 손으로 여호와의 제사장들 치기를 꺼려했습니다. 그러자 왕이 도엑에게 명령했습니다.
“네가 나서서 저 제사장들을 쳐라.”
그리하여 에돔 사람 도엑이 나서서 그들을 내리쳤습니다. 그날 그는 고운 삼베 에봇을 입은 제사장을 85명이나 죽였습니다. 그는 또한 제사장들의 성 놉에 들어가 남자와 여자, 아이와 갓난아기, 소와 나귀와 양들을 칼로 쳐 죽였습니다.
그러나 아히멜렉의 아들이요 아히둡의 손자인 아비아달은 몸을 피해 도망쳐 나와 다윗에게로 갔습니다. 그는 다윗에게 사울이 여호와의 제사장들을 모두 죽였다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자 다윗이 아비아달에게 말했습니다.
“그날 에돔 사람 도엑이 거기 있을 때 그가 사울에게 분명 말할 줄 알았다. 네 아버지의 온 집안의 죽음은 다 내 탓이다. 나와 함께 있자. 두려워하지 마라. 네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내 목숨도 노리고 있으니 나와 함께 있으면 무사할 것이다.”
23장
다윗은 사람들에게 “보십시오. 블레셋 사람들이 그일라를 쳐서 그 타작하는 것을 빼앗아 가고 있습니다” 하는 소식을 듣고 여호와께 물었습니다.
“제가 가서 저 블레셋 사람들을 쳐도 되겠습니까?”
여호와께서 다윗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가서 블레셋 사람들을 치고 그일라를 구해 주어라.”
그러나 다윗의 부하들은 “여기 유다에서도 이렇게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데 그일라까지 가서 블레셋 군대를 친다구요?” 하며 반대했습니다. 다윗이 여호와께 다시 묻자 여호와께서 그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그일라로 내려가라. 내가 블레셋 사람들을 네 손에 넘겨주겠다.”
그리하여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그일라로 가서 블레셋 사람들과 싸워 그 가축들을 잡아 왔습니다. 그는 블레셋에 큰 타격을 주고 그일라 사람들을 구해 주었습니다.
아히멜렉의 아들 아비아달은 그일라에 있는 다윗에게 도망쳐 갈 때 에봇을 가져갔습니다. 다윗이 그일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울이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윗을 내 손에 넘겨주셨구나. 스스로 문과 빗장이 있는 성으로 들어갔으니 이제 그는 독 안에 든 쥐다.”
그러고 나서 사울은 출전하기 위해 모든 군대를 불러 모았습니다. 그일라로 내려가 다윗과 그의 부하들을 사로잡기 위해서였습니다. 다윗은 사울이 자기를 잡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제사장 아비아달에게 에봇을 가져오게 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께 여쭈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의 종이 분명히 듣기로 사울이 저 때문에 그일라로 와서 이 성을 치려고 한답니다. 그일라 성 사람들이 저를 사울에게 넘겨주겠습니까? 주의 종이 들은 대로 사울이 내려오겠습니까?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의 종에게 말씀하소서.”
그러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가 올 것이다.”
다윗이 다시 여쭈었습니다.
“그일라 성 사람들이 정말로 저와 제 부하들을 사울에게 넘겨주겠습니까?”
그러자 여호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들이 넘겨줄 것이다.”
그래서 다윗은 600명 정도 되는 부하들을 이끌고 그일라를 떠나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사울은 다윗이 그일라에서 떠났다는 말을 듣고 출전하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다윗은 광야 요새에 머물기도 하고 십 광야의 언덕에도 있었습니다. 사울은 날마다 다윗을 찾아다녔지만 하나님께서는 다윗을 사울의 손에 넘겨주시지 않았습니다.
다윗이 십 광야의 호레스에 있을 때 사울이 자기 목숨을 빼앗으러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 사울의 아들 요나단이 호레스로 다윗을 찾아와서 하나님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습니다. 요나단이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말게. 내 아버지 사울은 자네에게 손도 대지 못할 걸세. 자네는 이스라엘을 다스릴 왕이 될 걸세. 나는 자네 다음이지. 내 아버지 사울 왕도 다 알고 있는 일이네.”
그 두 사람은 여호와 앞에서 언약을 맺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요나단은 집으로 돌아갔고 다윗은 호레스에 남아 있었습니다.
십 사람들이 기브아에 있는 사울에게로 올라와 말했습니다.
“다윗이 우리가 있는 여시몬 남쪽 하길라 언덕의 호레스 요새에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왕이시여, 이제 왕이 좋으실 때 언제든 내려오십시오. 저희가 다윗을 왕께 넘겨드리겠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너희가 이렇게 내게 신경을 써 주다니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복 주시기를 바란다. 가서 더욱 단단히 준비하고 있으라. 다윗은 무척 교활하다고 하니 다윗이 대체 어디를 다니는지 또 누가 어디서 그를 보았는지 알아 두라. 다윗이 갈 만한 은신처들을 모두 알아내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내게 돌아오라. 그러면 내가 너희와 함께 갈 것이다. 만약 다윗이 그 장소에 있으면 내가 유다의 온 백성 가운데에서 그를 사로잡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길을 떠나 사울보다 앞서서 십으로 갔습니다. 그때 다윗과 그 일행은 여시몬의 남쪽 아라바에 있는 마온 광야에 있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군사들을 수색을 시작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윗은 바위 쪽으로 내려가 마온 광야에 머물렀습니다. 사울이 이 소식을 듣고 다윗을 쫓아 마온 광야로 들어갔습니다. 사울은 산지 한쪽 편을 따라가고 있었고 다윗과 그 일행은 사울을 피해 다른 한쪽 편으로 서둘러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사울과 그의 군대가 다윗과 그 일행을 잡으려고 에워싸며 다가올 때 전령이 사울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빨리 가셔야겠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땅을 모두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다윗 쫓는 것을 포기하고 블레셋 사람들을 맞아 싸우려고 돌아갔습니다. 그리하여 이곳을 셀라하마느곳이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다윗은 그곳을 떠나 엔게디 요새에서 살았습니다.
24장
블레셋 사람들과 싸우러 나갔다가 돌아온 사울은 다윗이 엔게디 광야에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온 이스라엘에서 뽑은 3000명의 군사들을 이끌고 다윗과 그 일행들을 찾기 위해 들염소 바위 근처로 갔습니다. 사울은 길가에 있는 양 우리에 이르게 됐습니다. 그곳에는 동굴이 하나 있었는데 사울이 용변을 보려고 거기 들어갔습니다. 그 동굴 안쪽에는 다윗과 그의 일행이 숨어 있었습니다. 다윗의 부하들이 말했습니다.
“오늘이야말로 여호와께서 ‘내가 네 원수를 네 손에 넘겨 주어 네 마음대로 하도록 하리라’라고 말씀하신 그날인가 봅니다.”
그러자 다윗은 살그머니 기어가 사울의 겉옷 한 자락을 잘라냈습니다. 다윗은 사울의 옷자락을 잘라낸 것조차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다윗은 자기 부하들에게 말했습니다.
“내 손을 들어 여호와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내 주인을 치는 일은 여호와께서 금하신 일이다. 그는 여호와께서 기름부어 세우신 왕이다.”
다윗은 이런 말로 자기 부하들을 나무라며 그들이 사울을 공격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사울은 동굴을 떠나 자기 길로 갔습니다.
그러자 다윗은 동굴에서 나와 사울에게 외쳤습니다.
“내 주 왕이시여.”
사울이 뒤돌아 다윗을 보자 다윗은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했습니다. 다윗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어째서 왕은 사람들이 ‘다윗이 왕을 해치려 한다’라고 한 말에만 귀 기울이십니까? 오늘 왕께서는 여호와께서 동굴 속에서 왕의 목숨을 내 손에 넘겨주셨음을 확실히 아셨을 것입니다. 저더러 왕을 죽이라고 부추긴 사람들도 있었지만 나는 왕의 목숨을 아껴 오히려 ‘나는 내 손으로 내 주인을 치지 않겠다. 그는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왕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내 아버지여, 보십시오. 내 손에 있는 왕의 이 옷자락을 보십시오. 내가 왕의 옷자락을 잘라냈지만 왕을 죽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내가 왕께 잘못을 저지르거나 반역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왕은 내 목숨을 빼앗으려고 찾아다니시지만 나는 왕께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여호와께서 왕과 나 사이를 판단하셔서 내 억울함을 직접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나는 왕께 손대지 않을 것입니다. 속담에 ‘악행을 하는 사람에게서 악한 행동이 나온다’고 했으니 나는 왕을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왕이 누구를 잡으러 나온 것입니까? 왕이 누구를 쫓는 것입니까? 죽은 개나 벼룩을 쫓는 것과 같습니다. 여호와께서 우리 재판관이 되셔서 우리 사이를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이 내 사정을 살피시고 나를 왕의 손에서 구해 내시기 바랍니다.”다윗이 이 말을 마치자 사울이 “내 아들 다윗아, 네 목소리가 아니냐?”라고 말하며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 그가 또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못살게 굴었는데 너는 내게 이렇게 좋게 대하니 네가 나보다 의롭구나. 네가 방금 내게 말해준 것처럼 여호와께서 네 손에 나를 넘겨주셨는데도 너는 나를 죽이지 않았다. 사람이 자기 원수를 만났는데 누가 해치지 않고 그냥 보내주겠느냐? 오늘 네가 내게 한 일로 여호와께서 네게 상 주시기를 바란다. 나는 네가 분명 왕이 될 것이고 이스라엘 왕국이 네 손에 세워지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지금 여호와의 이름으로 내게 맹세하여라. 네가 내 자손들을 끊어버리지 않고 내 이름을 내 아버지의 집안에서 지우지 않겠다고 말이다.”
다윗은 사울에게 그대로 맹세했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궁으로 돌아갔고 다윗과 그의 부하들은 요새로 올라갔습니다.
25장
사무엘이 죽었습니다. 그러자 온 이스라엘이 모여 그를 위해 애곡하고 라마에 있는 그의 고향에 묻었습니다. 그 후 다윗은 바란 광야로 내려갔습니다.
마온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갈멜에 기반을 두고 있는 굉장한 부자였습니다. 그에게는 1000마리의 염소와 3000마리의 양들이 있었는데 마침 갈멜에서 털을 깎고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나발이었고 그 아내의 이름은 아비가일이었습니다. 그 여자는 지혜롭고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갈멜 족속인 그 남편은 인색하며 하는 일이 악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다윗이 광야에 있을 때 나발이 양털을 깎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윗은 열 명의 소년을 보내며 이렇게 일러주었습니다.
“갈멜에 있는 나발에게로 올라가서 내 이름으로 그에게 인사하고 그에게 ‘당신이 장수하기를 빕니다. 당신과 당신 집안이 평안하기를 빕니다. 또 당신의 모든 소유물도 평안하고 번창하기를 빕니다. 내가 듣기로 양털 깎는 기간이라고 하던데, 당신의 양치기들이 우리 쪽에 왔을 때 그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았고 갈멜에 있는 동안 그 어떤 것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종들에게 물어보면 이야기해줄 것입니다. 그러니 내 소년들에게 잘해주길 바랍니다. 우리가 이 좋은 날에 왔으니 당신의 종들과 당신의 아들 같은 다윗에게 손에 닿는 대로 챙겨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말이다.”
다윗의 사람들이 도착해 다윗의 이름으로 나발에게 이 모든 말을 그대로 전하고 기다렸습니다. 나발이 다윗의 종들에게 대답했습니다.
“다윗이 대체 누구냐? 이새의 아들이 누구냐? 요즘 자기 주인을 버리고 떠나는 종들이 많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왜 빵과 물과 양털 깎는 사람들을 위해 잡은 짐승의 고기를 가져다가 출신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주겠느냐?”
다윗 쪽 사람들이 오던 길로 돌아와 다윗에게 이르러 이 모든 말을 전했습니다. 다윗이 소년들에게 말했습니다.
“칼을 차라.”
그리하여 그들을 칼을 찼고 다윗도 칼을 찼습니다. 약 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다윗과 함께 올라갔고 200명은 짐을 지키며 남아 있었습니다.
나발의 종들 가운데 하나가 나발의 아내 아비가일에게 말했습니다.
“다윗이 광야에서 사람들을 보내 우리 주인님께 인사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주인님께서는 그들에게 욕설을 퍼부으셨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들판에 나가 그들과 함께 있을 동안 그 사람들은 저희에게 무척 잘해 주어서 저희가 해를 입거나 무엇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일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들은 저희가 그들 가까이에서 양을 치는 동안 밤낮으로 성벽처럼 저희를 지켜 주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마님께서 빨리 생각하셔야 합니다. 다윗은 주인님과 온 집안을 치러 올 것입니다. 주인님은 하도 성미가 불 같아서 아무도 말도 못 붙입니다.”
아비가일은 급히 서둘렀습니다. 그녀는 빵 200덩이, 포도주 두 부대, 손질한 양 다섯 마리, 볶은 곡식 5세아, 건포도 100송이, 무화과 200개를 가져다가 나귀에 실었습니다. 그러고는 종들에게 말했습니다.
“곧장 가라. 내가 따라가겠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 남편 나발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비가일이 나귀를 타고 산골짜기로 내려가는데 마침 그를 향해 내려오던 다윗과그의 부하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다윗은 내려오면서 이미 이렇게 다짐했습니다.
“내가 그 동안 광야에서 그의 재산을 지켜 하나도 잃지 않게 하려고 그렇게도 애를 썼건만 그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선을 악으로 갚았다. 내가 만약 아침까지 그에게 속한 모든 남자 가운데 하나라도 살려둔다면 하나님께서 다윗에게 심한 벌을 내리고 또 내리셔도 좋다.”
아비가일은 다윗을 보고 재빨리 나귀에서 내려와 다윗 앞에서 얼굴을 땅에 대고 절했습니다. 그는 다윗의 발 아래에서 말했습니다.
“내 주여, 저만을 탓해 주십시오. 이 종이 말 한 마디 하겠사오니 이 종이 하는 말을 들어주십시오. 내 주께서 악한 사람 나발에게 신경쓰지 않으시길 빕니다. 그는 자기 이름과 똑같습니다. 그 이름은 ‘바보’라는 뜻이니 어리석음이 항상 그를 따라다닙니다. 하지만 주의 여종인 저는 주께서 보내신 소년들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내 주여, 여호와께서는 당신이 피흘리지 않도록, 또 당신이 손으로 직접 복수하지 않도록 막아 주셨습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과 내 주 당신이 살아계심으로 맹세하는데 당신의 원수들과 내 주를 해치려는 모든 사람들이 나발과 같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선물은 당신의 여종이 내 주께 드리는 것으로 당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주시기 바랍니다. 이 종의 무례함을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여호와께서 반드시 내 주의 집안을 든든히 세워 주실 것입니다. 이는 내 주께서 여호와를 위해 싸우셨고 또 사는 동안 그 어떤 악한 일도 하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고 쫓아온다 해도 당신의 생명은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생명 보자기에 안전하게 싸 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원수들은 물매로 돌을 던지듯 던져 버리실 것입니다. 이제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약속하신 모든 선한 일을 이루셔서 이스라엘을 다스릴 지도자로 삼으실 터인데 지금 내 주께서 이유없이 피를 흘리시거나 직접 복수를 해 왕이 되실 대 후회하시거나 마음에 거리낄 일을 남겨두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당신을 그처럼 선대하시는 날 이 여종을 기억해 주십시오.”
다윗이 아비가일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당신을 보내 나를 만나게 하신 여호와께 찬양을 드리오. 당신이 오늘 내가 사람을 죽여 내 손으로 직접 복수하는 일을 막아 주었으니 당신의 지혜가 복되고 당신에게도 복이 있을 것이오. 당신을 해치지 못하게 하신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의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당신이 이토록 빨리 나를 만나러 오지 않았더라면 아침 쯤에는 분명 나발에게 살아남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을 것이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아비가일이 자기에게 가져온 것을 모두 받고 말했습니다.
“집으로 평안히 가시오. 내가 당신의 말을 충분히 들었으니 당신이 말한 대로 하리다.”
아비가일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나발은 자기 집에서 마치 왕처럼 큰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는 흥에 겨워 취할 대로 취해 있었습니다. 아비가일은 날이 샐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아침이 돼 나발이 정신이 들자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에 대해 말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나발은 낙담해 몸이 돌처럼 굳어 버렸습니다. 10일 정도가 지난 뒤 여호와께서 나발을 치시자 그는 죽었습니다.
다윗은 나발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말했습니다.
“여호와를 찬양하여라. 내가 나발에게 망신당한 것을 여호와께서 톡톡히 갚아 주시고 이 종이 악을 행하지 않도록 지켜 주셨다. 여호와께서 나발의 악을 그 머리에 돌리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아비가일을 아내로 삼으려고 사람을 보내 청혼했습니다. 그의 부하들을 갈멜로 가서 아비가일에게 말했습니다.
“다윗께서 당신을 아내로 삼기 위해 저희를 보내셨습니다.”
아비가일은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말했습니다.
“이 여종은 내 주를 섬기고 내 주의 종들의 발을 씻기겠습니다.”
아비가일은 서둘러 나귀를 타고 다섯 하녀의 시중을 받으며 다윗의 사자들을 따라 다윗에게로 가서 다윗의 아내가 됐습니다.
다윗은 또 이스르엘의 아히노암을 아내로 맞이했으므로 그 둘이 다 그의 아내가 됐습니다. 원래 다윗의 아내는 사울의 딸 미갈이었으나 사울이 갈림 출신인 라이스의 아들 발디에게 주어 버렸습니다.
26장
십 사람들이 기브아에 있는 사울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다윗이 여시몬 맞은편에 있는 하길라 산에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사울은 곧 이스라엘에서 뽑은 3000명의 군사들을 거느리고 다윗을 찾기 위해 십 광야로 내려갔습니다. 사울은 하길라 산 길 옆에 여시몬을 마주보고 진을 쳤습니다. 다윗은 광야에 있다가 사울이 그곳까지 따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다윗은 정찰병을 보내 사울이 정말 왔는지 알아 보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사울이 진을 친 곳으로 갔습니다. 다윗은 사울과 군대의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이 누워 자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울은 진영 안에 누워 있었고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그 때 다윗은 헷 사람 아히멜렉과 스루야의 아들이며 요압의 동생인 아비새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나와 함께 사울이 있는 저 진영으로 가겠느냐?”
그러자 아비새가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하고 나섰습니다. 그리하여 다윗과 아비새는 어두운 밤을 틈타 적진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울은 머리맡에 창을 땅에 꽂아둔 채 진영 안에서 누워 자고 있었고 아브넬과 군사들을 그를 둘러 누워 있었습니다. 아비새가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원수를 장군의 손에 넘겨주실 것입니다. 그를 제 창으로 단번에 땅에 꽂게 해 주십시오. 두 번 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자 다윗이 아비새에게 말했습니다.
“그를 죽이면 안 된다.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사람에게 손을 대면 그 죄가 어떠한 줄 아느냐?”
다윗이 다시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여호와께서 친히 그를 치실 것이다. 아니면 자기 때가 돼서 죽게 되거나 전쟁에 나가 죽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내 손으로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사람을 치는 것을 금하셨다. 그러니 그 머리맡에 있는 창과 물통만 갖고 가자.”
그리하여 다윗은 사울의 머리맡에 있는 창과 물통을 갖고 자리를 떴습니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고 알지 못했고 깨어난 사람도 없었습니다. 여호와께서 그들을 잠들게 하셨기 때문에 그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지게 됐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건너편으로 가서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 섰습니다. 사울의 진영과는 거리가 꽤 멀었습니다. 그가 사울의 군대와 넬의 아들 아브넬에게 소리쳤습니다.
“아브넬아, 내게 대답하여라.”
그러자 아브넬이 대답했습니다.
“왕에게 소리치는 녀석이 누구냐?”
다윗이 아브넬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용사가 아니냐? 이스라엘에 너만한 사람이 또 어디 있느냐? 어떻게 네 주인인 왕을 지키지 못하느냐? 누군가 네 주인인 왕을 죽이러 들어갔었다. 너는 제대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너와 네 군사들은 죽어 마땅하다. 네가 여호와께서 기름부으신 네 주를 지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자, 왕의 머리맡에 있던 창과 물통이 어디 있는지 똑똑히 보아라.”
사울이 다윗의 목소리임을 알아채고 말했습니다.
“내 아들 다윗아, 네 목소리가 아니냐?”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내 주 왕이시여.”
그리고 이어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왜 종을 잡으러 다니십니까? 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내 손으로 저지른 죄악이 무엇이기에 그러시는 겁니까? 이제 내 주 왕께서는 종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만약 왕더러 나를 치라고 하신 분이 여호와시라면 기꺼이 그 분의 제물이 되겠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그렇게 했다면 그들은 여호와 앞에서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그들은 내게 ‘가서 다른 신들을 섬겨라’ 하고 말하며 나를 내쫓고는 나를 여호와의 기업 안에 있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여호와 앞에서 멀리 떨어진 이 이방 땅에서 내 피를 흘리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는 왕께서 마치 사냥꾼이 산에서 메추라기를 사냥하는 것처럼 벼룩 한 마리를 찾으러 나오신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자 사울이 말했습니다.
“내가 잘못했다. 내 아들 다윗아, 돌아가자. 네가 오늘 내 목숨을 귀하게 여겼으니 내가 다시는 너를 해치지 않겠다. 내가 정말 어리석었구나. 내 잘못이 너무 크다.”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여기 왕의 창이 있습니다. 소년 하나를 보내어 가져가십시오. 여호와께서는 의롭고 신실한 사람에게 상을 주십니다. 여호와께서 오늘 당신을 내 손에 넘겨주셨지만 나는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왕에게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오늘 내가 왕의 목숨을 소중히 여긴 것처럼 여호와께서 내 목숨도 소중히 여겨 나를 모든 고난에서 구해주실 것입니다.”
그러자 사울이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내 아들 다윗아, 네게 복이 있기를 바란다. 네가 큰 일을 할 것이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자기 길을 갔고 사울도 자기 궁으로 돌아갔습니다.
27장
다윗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러다가는 머지않아 나는 사울의 손에 죽게 될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블레셋 사람들의 땅으로 도망치는 것이다. 그러면 사울이 이스라엘 안에서 나를 찾기를 그만둘 것이고 그렇게 되면 나는 그의 손에서 해방될 것이다.'
그리하여 다윗과 600명의 군사들은 길을 떠나 가드 왕 마옥의 아들 아기스에게로 갔습니다.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저마다 자기 가족을 거느리고 가드에서 아기스와 함께 머물렀습니다. 다윗에게는 두 아내가 있었는데 이스르엘의 아히노암과 나발의 아내였던 갈멜의 아비가일입니다. 사울은 다윗이 가드로 도망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이상 그를 좇지 않았습니다.
그때 다윗이 아기스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좋게 본다면 지방의 한 성읍 가운데 한 곳을 내게 주어 거기 살게 해 주십시오. 종이 어떻게 당신과 함께 왕의 성에서 살겠습니까?"
그러자 아기는 그날로 다윗에게 시글락을 주었습니다. 그때부터 오늘날까지 시글락은 유다 왕들에게 속하게 됐습니다. 다윗은 1년 4개월간 블레셋 영토에서 살았습니다.
그때 다윗은 군사들과 함께 그술 사람들과 기르스 사람들과 아말렉 사람드을 습격했습니다. 그들은 옛날부터 술과 이집트 땅에 걸쳐 살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그 땅을 공격해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양과 소와 나귀와 낙타와 옷가지들은 챙겨 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기스에게로 돌아가면 아기스는 "오늘은 어디를 습격했느냐?" 하고 물었고 다윗은 "남부 유다와 남부 여라무엘 그리고 겐 사람들의 남부입니다" 하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다윗이 남자나 여자를 살려서 가드로 데려가지 않고 모두 죽인 것은 "저들이 우리에 대해 '다윗이 사실은 이렇게 했다'며 보고할지 모른다"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블레셋 영토에서 사는 동안 이런 식으로 행동했습니다. 아기스는 다윗을 신뢰해 속으로 '그가 자기 민족 이스라엘에게 미움을 샀으니 이제 영원히 내 종이 될 것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28장
그 무렵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과 싸우기 위해 군대를 소집했습니다. 그러자 아기스가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너와 네 군사들도 나와 함께 나가 싸워야 한다."
다윗이 말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당신의 종이 할 일을 알려 주십시오."
아기스가 대답했습니다.
"좋다. 내가 너를 영원히 내 호위대장 가운데 하나로 삼겠다."
그전에 사무엘이 죽었습니다. 온 이스라엘이 그를 위해 애곡하고 그의 고향 라마에 그를 묻었습니다. 그때 사울은 나라 안에서 신접한 사람들과 무당들을 쫓아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모여 수넴으로 가서 진을 쳤습니다. 사울도 온 이스라엘을 불러 모아 길보아에 진을 쳤습니다. 블레셋 군대를 본 사울은 두려워 떨었습니다. 사울이 여호와께 여쭈었지만 여호와께서는 꿈으로도, 우림으로도, 예언자들로도 그에게 대답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자기 신하들에게 말했습니다.
"신이 내린 여자를 찾아보라. 내가 가서 그 여자에게 물어 볼 것이다."
그 신하들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엔돌에 신이 내린 여자가 있긴 합니다."
사울은 다른 옷으로 변장하고 밤에 두 사람과 함께 그 여자에게로 갔습니다. 사울이 말했습니다.
"혼백을 부르는 술법으로 내가 이름을 대는 사람을 불러 올려라."
그러나 그 여자가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도 사울이 이 땅에서 신이 내린 사람들과 무당들을 끊어 버린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 않느냐? 그런데 어째서 너는 내 생명에 덫을 놓아 죽게 하려는 것이냐?"
사울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며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네가 이 일로 벌을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 그 여자가 물었습니다.
"너를 위해 누구를 불러내랴?"
사울이 말했습니다.
"사무엘을 불러 다오."
사무엘이 올라온 것을 보고 그 여자는 목청껏 소리를 지르며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왜 나를 속였습니까? 당신은 사울이 아닙니까?"
왕이 여자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무엇을 보았느냐?"
여자가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땅에서 올라오는 한 영을 보았습니다."
사울이 여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생겼더냐?"
여자가 대답했습니다.
"한 노인이 올라오는데 겉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자사울은그가사무엘인것을알고얼굴을땅에대고절했습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말했습니다.
"왜 나를 불러내어 귀찮게 하느냐?"
사울이 말했습니다.
"내가 너무 답답합니다. 블레셋 사람들이 나를 대항해 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떠나셔서 예언자들로도, 꿈으로도 더 이상 내게 대답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 달라고 당신을 부른 것입니다."
그러자 사무엘이 말했습니다.
"왜 내게 묻느냐? 지금 여호와께서 너를 떠나 네 원수가 되지 않으셨느냐? 여호와께서는 나를 통해 말씀하셨던 일을 그대로 행하셔서 네 손에서 이 나라를 찢어내어 네 이웃 다윗에게 주셨다. 네가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고 여호와의 진노를 아말렉 사람들에게 쏟지 않았기 때문에 여호와께서 오늘 네게 이렇게 하신 것이다.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과 너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내일 너와 네 아들들은 나와 함께 있게 될 것이다. 또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의 군대를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주실 것이다."
그러자 사울은 땅바닥에 완전히 엎드러졌습니다. 사무엘의 말을 듣고 두려움에 사로잡혔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는 그날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기운도 없었습니다. 그 여자가 기운이 빠져 벌벌 떨고 있는 사울을 보고 말했습니다.
"보십시오. 당신의 여종이 당신께 순종했습니다. 저는 목숨을 걸고 당신이 하라는 대로 했습니다. 그러니 제 말을 좀 들어 주십시오. 제가 먹을 것을 차려드릴 테니 조금 드시고 길을 떠날 수 있도록 기운을 내십시오."
사울은 거절하며 말했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
그러나 그의 군사들도 여자와 함께 계속 부탁했습니다. 그래서 사울은 그들의 말을 듣고 땅바닥에서 일어나 침대에 앉았습니다. 여자는 집에 있는 살진 송아지 한 마리를 단숨에 잡고 밀가루를 가져다가 반죽을 해 누룩 없이 빵을 구워서 사울과 그의 군사들 앞에 차려 놓았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그것을 먹고 그 밤으로 일어나 길을 떠났습니다.
29장
블레셋 사람들은 모든 군대를 아벡에 소집시켰고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스르엘 샘 곁에 진을 쳤습니다. 블레셋 지휘관들은 수백 명씩 수천 명씩 부대를 지어 행진했고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아기스와 함께 뒤쪽에서 행진했습니다. 블레셋 장군들이 물었습니다.
"이 히브리 사람들은 뭐 하러 여기 온 것입니까?"
아기스가 대답했습니다.
"이 사람은 이스라엘의 왕 사울의 신하였던 다윗이 아니냐? 그가 1년이 넘게 나와 함께 있었는데 그가 사울을 떠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이 사람에게서 흠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블레셋 장군들은 화를 내며 말했습니다.
"저 사람을 보내 버리십시오. 당신이 그에게 정해주신 땅으로 돌아가게 해서 우리와 함께 싸움에 나가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싸우는 동안 우리에게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 사람이 자기 주인과 무엇으로 화해하겠습니까? 우리 군사들의 머리를 가져가는 것 말고 더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저들이 춤추며 서로 '사울이 죽인 사람은 수천 명이요, 다윗이 죽인 사람은 수만 명이구나' 하고 노래했던 바로 그 다윗 아닙니까?"
그러자 아기스가 다윗을 불러 말했습니다.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는데 네가 믿을 만했기에 흔쾌히 내 군대에서 섬기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내게 온 그날부터 지금까지 너는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지휘관들이 너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그러니 평안히 돌아가 블레셋 지휘관들을 불쾌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다윗이 물었습니다.
"제가 무엇을 어쨌다고 그러십니까? 이날까지 제가 왕과 함께 있는 동안 종을 어떻게 생각하셨기에 내가 내 주인인 왕의 적들과 싸우지 못한단 말씀입니까?"
아기스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네가 하나님의 천사처럼 내게 잘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레셋 지휘관들은 '그가 우리와 함께 싸움에 나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너와 함께 온 네 주인의 종들과 함께 아침 일찍 일어나 날이 밝자마자 떠나거라."
그리하여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블레셋 땅을 되돌아갔고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르엘로 올라갔습니다.
30장
다윗과 그 군사들은 3일 만에 시글락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아말렉 사람들이 남부와 시글락을 습격한 뒤였습니다. 그들은 시글락을 공격하고 불태웠으며 노소를 불문하고 여자들과 거기 있던 사람들을 포로로 잡아갔습니다. 아무도 죽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데리고 가 버린 것이었습니다. 다윗과 그의 군사들이 시글락에 도착해서 보니 그곳이 이미 모두 불타 버렸고 그 아내와 아들딸들은 포로로 잡혀 간 뒤였습니다. 다윗과 그의 군사들은 힘이 다 빠져 더 이상 울지도 못할 정도로 소리 높여 울었습니다. 다윗의 두 아내 이스르엘 여인 아히노암과 갈멜 사람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도 잡혀갔습니다. 백성들은 모두 자기 자녀들로 인해 슬픈 나머지 다윗을 돌로 쳐 죽이자고 했습니다. 다윗은 너무나 괴로웠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의 하나님 여호와를 의지해 용기를 냈습니다.
다윗은 아히멜렉의 아들인 제사장 아비아달에게 말했습니다.
"내게 에봇을 가져다 주시오."
아비아달이 에봇을 가져오자 다윗은 여호와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제가 저 약탈자들을 쫓아가야 합니까? 제가 그들을 따라잡겠습니까?"
여호와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저들을 쫓아가거라. 네가 그들을 따라잡아 반드시 모두 구해 낼 것이다."
그리하여 다윗과 함께 있던 600명의 군사들은 일어나 브솔 골짜기에 도착해서 일부는 거기에 남아 있었고 다윗과 400명의 군사들만 계속 뒤쫓아갔습니다. 나머지 200명의 군사들은 너무 지쳐 있었기 때문에 브솔 골짜기를 건널 수 없어서 뒤쳐져 남아 있게 된 것입니다.
그들은 들판에서 한 이집트 사람을 발견해 다윗에게 데려왔습니다. 그들은 그 사람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무화과 빵 한 조각과 건포도 두 송이를 먹고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는 3일 밤낮으로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던 것입니다. 다윗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는 누구 소속이냐? 어디에서 왔느냐?"
그가 말했습니다.
"저는 이집트 사람입니다. 아말렉 사람의 종이었지요. 3일 전 제가 병이 나자 주인이 저를 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렛 사람들의 남부 지역과 유다에 속한 영토와 갈렙의 남부 지역을 습격하고 시글락을 불태웠습니다."
다윗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를 그 군대가 있는 곳으로 인도할 수 있겠느냐?"
그가 대답했습니다.
"당신이 나를 죽이거나 내 주인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하나님 앞에서 내게 맹세해 주십시오. 그러면 그들에게 인도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다윗을 인도했고 과연 거기에는 그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온 땅에 흩어져 블레셋과 유다 땅에서 빼앗은 것들을 갖고 먹고 마시고 즐기며 춤추고 있었습니다. 다윗은 해 질 무렵부터 다음날 저녁때까지 그들을 물리쳤습니다. 그들 가운데 400명의 젊은이들이 낙타를 타고 도망친 것 외에는 피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다윗은 아말렉 사람들이 훔쳐간 모든 것을 되찾고 자신의 두 아내도 구해냈습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물건이든 그들에게 빼앗겼던 것들 가운데 아무것도 잃은 것이 없었습니다. 다윗이 다 되찾아 온 것입니다. 그는 소 떼와 양 떼를 모두 가져왔고 그의 군사들은 다른 가축들을 몰고 오면서 "다윗이 빼앗은 것들이다" 라고 외쳤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윗은 너무 지쳐서 따라갈 수 없어 브솔 골짜기에 남아 있던 200명의 군사들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그들은 다윗과 그와 함께 있던 사람들을 맞으러 나왔고 다윗은 백성들에게 다가와 인사했습니다. 그러나 다윗과 함께 갔던 사람들 가운데 악하고 야비한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저들은 우리와 함께 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되찾은 이 빼앗은 물건들을 나눠 줄 수 없다. 그냥 자기 아내와 아이들만 데리고 돌아가게 하여라."
그러나 다윗이 대답했습니다.
"내 형제들아, 그렇지 않다. 여호와께서 우리를 보호하셔서 우리를 치러 온 군대를 우리 손에 넘겨 주셨다. 그러므로 이 모든 것은 여호와께서 주신 것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너희가 하는 말을 누가 듣겠느냐? 싸움에 나갔던 사람의 몫이 있듯이 남아서 물건을 지키던 사람도 그 몫이 있는 것이니 모두가 똑같이 나눠야 한다."
다윗은 그날부터 지금까지 이것을 이스라엘의 규례와 법도로 삼았습니다.
다윗이 시글락에 도착하자 친구들인 유다의 장로들에게 빼앗은 물건을 조금씩 보내며 말했습니다.
"여호와의 원수들에게서 빼앗은 물건들을 여러분에게 선물로 보냅니다."
다윗은 또한 벧엘에 있는 사람들, 남방 라못에 있는 사람들, 얏딜에 있는 사람들, 아로엘에 있는 사람들, 십못에 있는 사람들, 에스드모아에 있는 사람들, 라갈에 있는 사람들, 여라므엘 사람들의 성에 있는 사람들, 겐 사람들의 성에 있는 사람들, 홀마에 있는 사람들, 고라 산에 있는 사람들, 아닥에 있는 사람들, 헤브론에 있는 사람들, 다윗과 그의 군사들이 다녀갔던 다른 모든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선물을 보냈습니다.
31장
블레셋 사람들은 이스라엘을 쳤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들 앞에서 도망치다가 길보아 산에서 쓰러져 죽었습니다. 블레셋 사람들은 사울과 그 아들들을 끝까지 쫓아가 그의 아들 요나단과 아비나답과 말기수아를 죽였습니다. 싸움은 점점 사울에게 불리해졌습니다. 활 쏘는 사람들이 사울을 따라가 그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습니다. 사울이 자기 무기를 든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네 칼을 뽑아 나를 찔러라. 그렇지 않으면 저 할례받지 않은 사람들이 와서 나를 찌르고 모욕할까 두렵구나.”
그러나 무기를 든 사람은 너무나 두려워 감히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사울은 자기 칼을 빼들고 그 위에 엎드러졌습니다. 무기를 든 사람은 사울이 죽은 것을 보고는 그도 자기 칼 위에 엎어져 사울과 함께 죽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사울과 그의 세 아들과 그의 무기를 든 사람과 그의 모든 군사들은 그날 함께 죽었습니다.
그 골짜기 건너편에 있던 이스라엘 사람들과 요단강 건너편에 있던 사람들은 이스라엘 군대가 흩어져 도망치는 것과 사울과 그 아들들이 죽은 것을 보고 성들을 버리고 달아났습니다. 그러자ㅣ 블레셋 사람들이 와서 그 성들을 차지했습니다. 다음날 블레셋 사람들은 시체들의 옷을 벗기러 왔다가 사울과 그의 세 아들들이 길보아 산에 쓰러져 죽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그 목을 자르고 갑옷을 벗기고는 블레셋 땅 전역에 소식을 보내 자기들의 우상의 신전과 백성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들은 아스다롯 신전에 사울의 갑옷을 가져다 두고 벧산 성벽에 사울의 시체를 매달았습니다. 길르앗 야베스 백성들은 블레셋 사람들이 사울에게 한 짓에 대해 듣고 모든 용사들이 일어나 밤새도록 달려 벧산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사울과 그 아들들의 시신을 벧산 성벽에서 내려다가 야베스로 가져와서 불태웠습니다. 그리고 그 뼈를 추려 야베스 에셀 나무 아래 묻고 7일 동안 금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