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대화’를 읽고
버스를 타고 가던 중이었다. 한 어린 소녀가 손잡이를 잘 잡지 않아서 그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듣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때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손잡이를 안 잡으면 기사 아저씨가 혼낸다고 말했다. 소녀는 왜냐고 물었다. 어머니는 왜냐는 소리가 나오냐고, 손잡이를 잘 잡지 않으면 다치기 때문이라고 대꾸했다. 소녀는 반항적으로 안 넘어지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비폭력 대화를 적용해야 할 순간이었다. 어머니는 딸에게 “네가 넘어져서 다친다면 엄마는 마음이 아파.” 라고 자신의 느낌을 얘기했으면, 소녀는 좀 덜 반항적이지 않았겠는가 라고 생각해 본다.
그러나,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게 얘기하기 꺼려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대화를 찾아보기란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다. 나 역시 그런 환경에서 자라지 못했고, 그런 가르침을 받지 못했다.
비폭력 대화는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한 처세술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방법론도 아니다. 비폭력 대화는 내가 존재하고, 함께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대화법이다. 조화와 평화를 가져다주고, 인간이 참다운 인간됨으로 가게 하는 기술로 보인다.
사실 비폭력 대화는 적잖이 생각해야 하고, 또 적용하기 위해 까다롭기 이를 데 없는 조건들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읽어내야 할 뿐 아니라 나 자신의 욕구도 읽어내야 하는 참으로 까다로운 대화법이다.
거꾸로 말하자면, 우리가 여지껏 써오던 대화법은 나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대화법이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우리가 써오던 대화법을 완전히 바꾸어야 하는, 참으로 까다로운 대화법이 된 것이다. 그러자 한 가지 궁금증이 일었다. 왜 우리는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서로의 가슴을 허물지 못했는가. 왜 머리로만 생각하여 말하는 사람들이 되었는가. 왜 가슴 속에서 일어나는 것들을 통제하도록 압박받아 왔으며, 그런 것들을 표현하는 교육을 소홀히 하였을까. 여기에 답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전 시대는 이성을 중시하는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것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식 위주의 교육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낳음에 따라 성품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도 그 한 가지 예일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많은 것들을 깨달았으나, 그걸 실천에 옮기기는 참으로 힘들었다. 심지어는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수많은 대화들을 보면서 마음 속으로 비폭력대화를 적용해 보기도 하였으나, 정작 가족에게는 그러한 대화법이 입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입에 밴 언어 습관을 버리기란 참으로 힘든 일인가 보다. 그래서 nvc 센터에서도 교육과 연습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난 nvc를 알았으니, 몰랐던 것보다 훨씬 나은 일이 될 거라고 생각된다. 내 마음 속에 nvc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많은 사람들과 nvc를 하는 날이 오게 될 거라고 기대해 본다.
이 책에 적혀 있던 명언들 중 마음에 와 닿았던 명언 하나를 적어본다.
" 우리 스스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원하는 변화가 되자." - 마하트마 간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