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널 안 지 얼마 안되었지만, 여기저기 남겨진 흔적을 보아 네가 친해지기 위해 존대보다 반말 쓰는 것을 더 편해하는 듯 해서 반말로 할게. 뭐, 그리구 난 일단 누나니깐 괜찮겠지?
믿을지 모르지만, 난 누군가에게 팬레터를 써본적도, 팬클럽에서 활동해본 적도 한번 없어.
난 그러기엔 나를 더 사랑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내가 널 처음 본 건 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에서야. 원래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이라서 그 전에는 네가 출연한 다른 드라마는 보지 못했어. 처음에 널 보았을 때 사실 좀 느끼하다고 생각했어. 외모가 너무 미끈한 느낌이 들어서일거야. 말투도 좀 그랬고. ^^
그러다가 네가 미호가 길달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릴 때 정말 반해버렸어. 그 이후로는 차대웅이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동주선생만 눈에 들어오더군. 동주선생의 캐릭터가 가엾었어. 천년을 살아오면 뭐하겠어. 마음에 슬픔과 죄책감만 가득한데.
그후, 너에 대하여 인터넷을 찾아보았어. '내친구'의 ost 중 '덫'을 네가 부른 것을 알고 노래를 들어보았어. 네가 음악을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 네가 드럼을 치고, 피아노를 연주하는 것도 보았고, 노란머리, 노란 눈썹에 까만 손톱을 하고 있는 사진도 보았어. 미니홈피에 들러 너의 사진과 글, 그림도 보았어. 그래서 어느덧 네가 익숙해져버렸어. (네가 전에 '강심장'에서 말한 것처럼 이승기의 포스터를 보고 그를 친숙하게 느꼈듯이)
어쩌다가 '미누만'이라는 팬카페에도 가입하게 되었지.
앞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내가 이 편지를 쓰게 된 건 사실 가벼운 이유에서야. (편지지에 직접 볼펜을 눌러가며 편지를 쓰는 것이 정말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난 그냥 네가 사극에 나오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 물론 현대물에도 어울리는데, 긴 머리의 너를 보고 싶어서일지도 몰라. 내가 사극을 좋아하기도 하고.
한 가지 더, 네가 내게 영감을 주기도 했어.
나는 글을 써. '내친구'를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동주선생의 과거에 대해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야. 그저 길달이라는 도깨비가 사람이 되고 싶어했지만, 배신당해서 동주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는 것. 그녀가 죽음을 원했다는 점 정도.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 이야기가 '도화녀와 비형랑' 설화에서 차용해온 것 같다는 얘기가 있더군. 과연 신비스러운 이야기였어.
그래서 내가 과거의 동주선생에 대해 다루어보고 싶어. 네가 슬퍼하는 장면을 보면서 쓰고 있으니, 넌 나의 뮤즈야. 어쩌면 너를 위한 글일 수도 있고. 부탁이 있는데, 아직 이 이야기는 비밀로 해줄래?
그럼, 잘 지내. 나의 뮤즈.
<추신>
1. 네가 이 글을 직접 읽었으면 좋겠어. 네가 바쁠 거라고 예상하지만, 팬레터를 읽지 못할 정도로 바빠지진 않았으면 좋겠어. 고작해야 이메일이 왔다갔다 하는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편지지에 글씨를 또박또박 써가는 팬레터는 대단한 거잖아? 우편물 중에 고지서가 아닌 직접 쓴 편지글을 본다는 건 보통은 희귀한 경우라구.
2. 너, 인하대 연영과를 졸업했더라. 난 이상하게 인하대에 인연이 많은 거 같아. 하하.... 어떤 인연인지는 혹시라도 너로부터 답장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말해줄게.
3. (대웅이 말투로-) "내가 잘난체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너의 노래들을 들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어. 연기자 뿐 아니라 가수, 뮤지션으로서의 너를 존중하는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