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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et Time

교회에서 상처받은 그리스도인들이여

by 피스메이커 2011. 10. 14.

신앙생활 하면서 제일 힘든 것이, 아마 같은 크리스천한테 많이 상처받았을 때일 것이다.
그 상처는 기대감에서 오는 것 같다. 같은 교회 다니는 형제자매니까 기쁨과 사랑으로 대할 것만 같은데, 비인격적인 모습,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할 때는 얼마나 실망스러운지, 그게 또 여러번이라면.....
나는 이해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많으니까. 순예배 때 어떤 자매가 그랬다. 사람은 믿을 대상이 아니라, 사랑해야 할 대상이라고. 그렇다. 사람은 믿을 대상이 아니라, 용서하고 사랑해야 할 대상이다. 머리로는 안다. 하지만, 여전히 상처받는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예수님은 그렇게 가르치고, 사랑하신 제자들에게도 배신당했다. 그래도 여전히 제자들에게 나아오시고 비전을 주셨다. 우리들은 너무나 부족하고 연약하며, 추하다. 
부서의 회장이었던 오빠는 내 과거를 알고 나에게 더럽다고 했고, 집이 날아가게 생겼을 때 도움을 청했던 순장님에게서는 그 뒤로 연락이 없었고, 오랜만에 만난 순모님은 미안하다고 하면서 내 연락처를 받아갔으면서도 연락이 없었고, 보험 영업할 때는 친하게 다가오던 친구가 영업을 그만두자 만나주지 않았다.
나도 그들에게 상처가 있다. 하지만 그 오빠는 무척 연약한 사람이었고, 순장님이나 순모님은 아마 아직 마음의 빚이 있을지도 모르고(이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 힘들어도 교회는 나와야 한다며 많은 이야기를 해주던 그 친구는 어찌 지낼지 궁금하다(하지만 나도 용기가 안 남).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의식하지 못한 채 상처를 줬을 것이다.
또 우리는 상처만 받지 않았다. 순예배 드릴 때 우리 가정을 위해 기도해준 사람들이 있었고, 어려운 신혼 때 적지 않은 돈 빌려주고 그 뒤로 아무 소리 않았던(못했던?) 형제도 있고, 결혼식 때와 아기 돌잔치 때 와서 축하해준 순원들도 기억한다.
나는 우리 아이(6살임)한테 자주 말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사람은 원래 착하거나 원래 나쁜 사람은 없는 거라고. 한 사람 안에 착한 마음이 있고 나쁜 마음이 있는데, 그때마다 어떤 걸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고.
나는 롤모델이 없다. 아무리 멋지고 거룩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실망스럽고, 연약한 부분, 어두운 부분이 있음을 알기에.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았다간 그런 모습에 나가떨어질 것 같아서.... 그래서 나의 롤모델은 예수님이다.
그래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일곱번씩 일흔번이라도 용서하라고 가르치셨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까지 주셨다. 우린 그저 용서하는 것이 서툰 거다. 아마 내가 가장 서툰 사람일 것이다. 그냥 상처를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크리스찬, 세상 사람과 별 다를 것 없어 보이는 크리스찬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교회를 떠나지 말고 버티라고 하고 싶다. 엄청 부패된 교회가 아닌 바에야 다른 교회 가도 여전히 실망스런 모습을 만날 거라고. 예수님이 나는 가지니까 열매인 너네들 나에게 잘 붙어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기억하자.
이건 동시에 나에게 해주는 격려다. 머리는 알아도 가슴은 용서하기 싫어하고, 여전히 서운해하는 나에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