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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육아정보

사교육 없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 대안학교

by 피스메이커 2010. 11. 10.

사교육 없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대안 우리학교

 

 

고양시 대안학교에서 본 한국교육의 희망

 

대안학교, 독일교육 이야기에 흥미를 보여 왔던 학부모들이 대안학교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먼 독일에서도 생소하게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선생님과 학생들, 부모들을 만나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초등대안학교인 고양우리학교(cafe.naver.com/kywoori)에서 [꼴찌도 행복한 교실] 독서토론회 겸 강연회가 열렸습니다. 주최는 고양우리학교였지만 중등대안학교인 불이학교와 고양자유학교 선생님과 학부모님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고양시 행신동의 일반 상가 건물 한 층을 빌려 학교로 사용하고 있는 고양우리학교와 불이학교를 들어서는 순간, 깔끔하고 정돈된 일산 신도시에서 새롭게 지어진 예쁜 어린이 집에 아이를 보내다가 허름한 독일 유치원을 보았던 10여 년 전의 느낌이 떠올랐습니다.

 

선진국이라고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 유치원은 수수했고, 그 후 두 아이를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면서도 한국처럼 깔끔하고 예쁘게 단장된 시설은 볼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겉모습을 보고 실망했지만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놀랍고 신선했지요.

 

갑자기 10여 년 전 그 때가 생각난 것은 고양우리학교에 들어서면서 받은 첫 인상도 수수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모로 보나 학교는 여유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벽에 있는 낙서와 아이들의 어설픈 그림으로 만들어진 장식들이 그 수수한 인상에 약간의 허접함까지 덧칠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크게 꾸미지 않았더군요.

 

 

선생님에게 어리광 부리며 반말까지 하다니....

 

그런데 예리한 시선으로 학교를 둘러보던 중 바로 그 모든 보잘 것 없는 배경들이 희미해지면서 보석처럼 반짝이는 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와 함께 강연에 온 아이가 선생님을 보더니, 잡고 오던 엄마의 손을 뿌리치고 달려와 선생님 다리에 찰싹 휘감기듯 달라붙어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는 반말까지 하면서. 그 장면이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신선했습니다.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이 그 아이는 너무 행복해 보였지요.

 

고양우리학교는 전혀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대안학교입니다. 올해 처음으로 문을 열어 이제 겨우 1학년에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습니다.

 

이 학교가 생겨난 배경 또한 흥미롭습니다. 고양시 대안학교들의 저변에는 고양시에 있는 ‘도깨비 어린이집’과 ‘야호 어린이집’, ‘도토리 어린이집’ 등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의기투합한 부모들이 ‘우리 아이들을 사교육 없이 행복한 사람으로 키워보자’며 뜻을 모아 설립한 유치원들입니다.

 

이 유치원들은 남들이 모두 하는 취학 전 선행학습이 전혀 없이 마음껏 뛰어놀게 하면서 정서교육에만 정성을 기울인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유치원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교육도 철저히 하고 있지요. 부모들은 또한 책 바람 독서토론회를 통해 나름대로 비슷한 교육관을 가지고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습니다.

 

이 유치원들을 마친 아이들은 그야말로 학교에 입학해서 ㄱ,ㄴ,ㄷ부터 차례로 배우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 아이들을 위해 먼저 생겨난 초등대안학교가 고양자유학교입니다. 자유학교가 정원이 넘어 더 이상 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다시 힘을 모은 부모들이 우리학교를 설립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모두 공동육아 어린이집 출신은 아닙니다. 일반 유치원에서 철저하게 선행학습을 하고 이 학교에 입학한 학생도 있지요. 학원과 컴퓨터 게임이 전부였던 아이는 사교육을 모두 그만두고 우리학교에 다니면서 차츰 노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고 지금은 게임에 더이상 집착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양우리학교는 내가 경험한 독일학교와 같은 교육이념과 수업방법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학습 목표도 기본적인 기준은 정해져 있지만 수업방법과 진도는 선생님의 자율권에 맡겨집니다. 부모들은 이 학교의 모든 재정을 책임지고 학교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들 교육에 관해서는 전적으로 선생님을 믿고 맡긴다고 합니다. 공동체 안에서 지식과 인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부모들과 선생님의 확고한 교육관 속에 아이들은 사교육 없이 행복하게 자라고 있었습니다.

 

 

마음껏 뛰어 놀아야 집중력도 키울 수 있다

 

우리학교는 오전 3시간은 40분 수업에 20분이 휴식시간입니다. 이 학교 나은경 선생님은 “20분 동안 아이들이 땀까지 흘려가며 원 없이 뛰어놀고 나면 수업시간 집중력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확실히 느껴진다.”며 “아이들에게는 학습을 위해서도 충분한 휴식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는 많은 시간 밖으로 나갑니다. 동네 어린이 놀이터를 비롯해서 들로 산으로 호수로 체험학습을 하러 다니는 것이지요.

 

이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경쟁을 포기한 용기 있는 부모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성적에 대해서는 특히 기대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것과는 반대로 ‘오히려 학습 효과가 더 좋아서 걱정’이라며 행복한 고민들을 하고 있답니다. 원 없이 뛰어놀게 하고 선생님의 창의적인 수업방법이 허용되니 그 효과는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외부의 지원 없이 부모들 스스로 자비를 털어 운영하다 보니 수 십 만원의 적지 않은 학비가 들어가는 것이 이학교의 단점이라면 단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보통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해 보면 그렇게 큰 부담이라고 할 수도 없는 정도의 교육비지요.

 

우리학교 부모들은 적지 않은 사비를 부담해야만 하는 대안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더불어 기금’이라는 소규모 장학기금 조성을 시도하기도 하고, 여유있는 사람들이 학비를 조금씩 더 내는 등 함께하는 어려운 학생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연구한 다양한 창의적 수업의 성공사례를 들려주며 행복해 하는 선생님과 햇볕에 그을려 구릿빛 얼굴로 변해가는 아이들이 공부하는 우리학교에서 한국교육의 희망을 보았습니다. 독일보다 더 훌륭한 교육 이야기를 이곳에서 들을 수 있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