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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유이야기/성장보고서

2006년 6월 29일

by 피스메이커 2007. 6. 20.
아침에 양수가 터졌다. 자다가 아랫쪽에서 뭔가 줄줄 새어나오는 느낌에 번뜩 눈을 떴다. 직감적으로 양수가 터진 것 같았다. 놀라서 집안 식구들을 다 깨웠다. "양수가 터졌어!"
일어나서 어떻게 옷을 입었는지 생각도 안 나고, 줄줄 옷 밖으로 새어나오는 양수를 손으로 막고 있을 뿐이었다. 지선이와 헌녕이와 함께 지선이 차를 타고 예약해두었던 근처 병원으로 향했다.
헌녕이가 아기 아빠에게 전화했다. 이른 아침이라 전화를 안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통화가 되었다. 바로 오겠다고 했단다.
병원에 도착하자, 바로 수술하는 걸로 결정이 되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아기 심장 박동을 들을 수 있는 기계를 연결해주고 간다. 지선이가 옆에 앉아서 신기하다고 했다. 사실 나는 이전에도 들었던 터라 신기할 건 없었다.
단지, 수술 예정일보다 이주나 빨리 양수가 터져서 좀 걱정이 되었다. 온유가 뱃속에서 발길질 열심히 하더니 그래, 터졌나보다는 생각도 든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 전날 친정에 온 게 정말 다행이었다. 아기아빠의 권유로 예정보다 일찍 왔던 것이다. 안 그랬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웠을까. 다들 하나님이 보살피신 거라고 했다)

수술실로 들어가서 마취의가 척수에 마취주사를 꽂는데, 처음이라 느낌이 이상했다. 뼈로 물이 들어가는 느낌, 마취의가 잘 참는다고 했는데, 그다지 많이 아프진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을 감은 온유가 내 얼굴 바로 앞에 있다. 입을 벌리고 서러운듯이 애~ 운다. 나는 아직 현기증이 나서 정신이 없었다. 누군가 온유에게 내 젖꼭지를 물렸다. 빨지도 못한다. 입김을 쐬어주는 거라고 했다. 지선이가 아기를 안더니 신기해서 어쩔줄 몰라 한다.

입원실로 옮겼다. 아기는 신생아실로 갔다. 나는 아기가 서러운듯이 울었던 게 마음이 걸려서 울적해졌다. 임신 중에 내가 자꾸 울어서 아기도 서러웠던 게 아닐까 싶어서다.

아랫배에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얹혀졌다. 자궁을 고정시키는 거라나, 뭐라나...

키 49cm, 몸무게 3.16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