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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취미/과제

우아한 거짓말

by 피스메이커 2012. 6. 21.

<독서감상문>

누가 소녀를 죽였나

‘우아한 거짓말’을 읽고

독서지도사통합 14기

임지혜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가,오늘 죽었다.

쿵- 가슴이 내려앉는 듯한 이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된다.아직 어리고 어린 소녀의 죽음으로 나는 페이지를 넘기는 내내 눈물겨운 심정이었다. ‘내일을 준비하던 천지’는 이 시대의 모든 청소년을 표상한다.그래서일까,내 아이를 잃은 것만 같은 슬픔이 있었던 것은.

청소년의 죽음.그것은 실제의 죽음이 아니라 더 이상 내일을 꿈꿀 수 없는 비극의 현장을 말한다.내일을 꿈꿀 수 없는 소년,소녀들에게 친구도 본래 의미를 잃어버렸다.

이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괴롭힘을 당한 소녀가 자살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내일을 잃어버린 것은 천지만이 아니다.나는 화연에 주목했다.괴롭히던 아이가 죽었는데 화연은 미안하다고 말하지 못하고,회피하기 급급하다.가끔 신문기사에서 본 10대의 어린 가해자들은 잔혹했고 무신경했다.철저하게 이기적인 아이들의 모습 위로 화연이 겹쳐졌다.그런데 뒷페이지로 넘어갈수록 가해자였던 화연의 외로움이 드러났다.화연에게는 친구가 필요했다.천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었지만,화연은 깨닫지 못했다.비뚤어진 애정은 교묘하게 왕따시키기로 표현되었다.

천지뿐 아니라 화연이 안타까웠던 것은,누군가 화연에게 친구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이기적으로 행동했을 때 야단을 쳤더라면,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는 가치있는 아이라고 보듬어주었더라면 화연은 천지와 좋은 친구가 되었을 것이다.이기적인 세상 속에서 서로를 지탱해주었을 것이다.

반의 다른 아이들은 어떠한가.화연이 나서서 천지를 괴롭혔을 때 그들은 수수방관했다.그저 뒷말만 무성하다.천지가 죽자 이번에는 화연에게 화살촉을 돌린다.학교가 나타내는 풍경은 작은 사회 그대로이다.자신의 이익이 침해당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의 상처에 무심하다.천지가 미라에게 봉인실을 남겼던 것은 미라가 해주는 말이 천지를 염려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저 말 뿐이었기 때문이다.천지는 그 말 속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조롱 혹은 우월감…

천지가 공부를 열심히 한 건 성적이 좋아야 남들이 자기 말을 신용하기 때문이라는 오대오의 말은,천지의 비극이 이 사회에 오래 전부터 곯을 대로 곯아버린 문제를 가리키고 있음을 나타낸다.다른 사람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도 말하는 사람이 어떤 조건을 가진 사람인지에 따라서 결정된다.

천지가 나만 술래를 시킨다고 호소했을 때 천지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는 어른이 있었더라면 공부를 싫어하는 천지가 그렇게 열심히 하진 않았겠지.천지가 수행평가 발표를 통해서 왕따를 조장하는 친구가 있다고 알렸을 때 담임교사가 그저 지나치지 않았더라면 천지가 우울증을 앓지 않았을 텐데.

뜨개질과 만들기를 좋아하고 책읽기도 즐기던 천지는 어떤 어른으로 자랐을까. 창의적이고 세심한 천지는 창조적인 직업에 잘 어울렸을 것이다.

“엄마가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대학에만 가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세상에는 얼마나 ‘우아한 거짓말’이 많은가.이기적인 욕망을 포장하기 위한 그 말에 넘어가는 아이들은 더 이상 없다.아이들이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방에서 혼자 봉인실을 만들지 않게 하려면,어른들은 진심으로 아이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우아한 거짓말.hwp

 

독서지도첨삭원고지.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