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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보/육아정보

까칠한 교육문제 공부하는 푸근한 사랑방

by 피스메이커 2008. 3. 22.
까칠한 교육문제 공부하는 푸근한 사랑방
[한겨레   2007-10-08 22: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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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년째 이어온 ‘교육사랑방’

사랑방. 누구에게나 왠지 정겹고 푸근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공간이다. 언제 들러도 반가운 얼굴들이 맞아주고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런 편한 공간에서, 꼬일대로 꼬인 교육문제를 논하는 것은 그리 어울리지 않을 성싶다.

하지만, 10년째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줄곧 우리 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꿔온 사랑방이 있다.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cafe.daum.net/edudialog)이라는 모임이다. 교육사랑방은 새로운 교육에 목말라하고, 진정한 만남과 사귐을 갈망하는 이들에게 딱 사랑방 같은 구실을 해왔다.

매달 한번 이론·실천사례 배워대표·규칙 없이 누구에나 열려변화 꿈꾸는 사람들의 ‘학교’

이들은 매달 첫째주 토요일에 서울 중구 정동 배재빌딩 세미나실에 모여 동·서양의 개혁적인 교육사상과 실천 사례들을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사랑방 ‘손님’들은 전국에서 찾아온 공교육과 대안교육 현장의 교사, 학부모, 대학생, 학자, 시민단체 및 공부방 활동가 등 다양하다. 10년째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이들도 있지만, 여유가 있을 때 간혹 들르는 이들도 있다. 매달 새로운 얼굴이 눈에 띄기도 한다. 그래서 모임 때마다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처음 온 사람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한 번 얼굴을 내밀었다고 해서 꼭 다음에도 참여하라고 강요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모임을 꾸려가는 데 있어서 자발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이는 이 모임의 특징과 관련돼 있다. 교육사랑방은 대표도 없고, 자체 공간이나 연락처, 규칙도 없다. 물론 회원제 모임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말 그대로 ‘사랑방’인 셈이다. 이 모임의 산파 역할을 한 고병헌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조직적 틀도 없고 어떤 강요도 없는데 다양한 현장에 있는 이들이 10년째 한결같이 모임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의미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교육사랑방의 뿌리는 1997년 성공회대에서 열린 ‘교사아카데미’이다. 교사들을 위한 교양강좌인 교사아카데미에 참여한 교사들 가운데 일부가 “이렇게 강좌만 듣고 헤어지기는 아쉬우니, 좀더 지속적인 만남을 꾸려 보자”고 뜻을 모았다.

강의를 맡았던 송순재 감리교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와 교육 전문 출판사 ‘내일을 여는 책’의 황덕명 사장, 그리고 교사아카데미를 기획한 고 교수 등이 힘을 보탰다. 특히 송 교수는 모임이 처음 꾸려질 때부터 지금까지 공부 계획과 강사 섭외, 강의 등을 거의 도맡다시피 해오고 있다.

그래서 사랑방 손님들은 다들 송 교수를 사실상의 대표로 인정하는 분위기이지만, 정작 송 교수는 그런 말이 나올 때마다 “나는 머슴일 뿐”이라며 손사래를 친다고 한다.

교육사랑방은 그동안 독일의 발도르프교육, 프랑스의 프레네교육, 이탈리아의 몬테소리교육, 덴마크의 프리스콜레, 러시아의 톨스토이 자유교육 등 주로 유럽 쪽의 교육개혁 사상을 살펴봤다. 우리의 전통교육인 서당교육과 유학교육 방법론도 공부했다.

이런 공부의 결과물로, 송 교수 등이 〈유럽의 아름다운 학교와 교육개혁운동〉, 〈아이들을 변호하라〉, 〈영혼의 성장과 자유를 위한 교사론〉, 〈프레네 교육학에 기초한 학교 만들기〉 등의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04년 3월부터 15개월 동안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등 10개국의 대학입시제도를 살펴봤다. 이때 함께 공부한 자료를 엮은 책이 지난 8월 출간된 〈대학 입시와 교육제도의 스펙트럼〉이다. 올해 들어서는 폴란드의 문필가이자 교육자인 야누쉬 코르착의 교육사상을 공부하고 있다.

이 모임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발표와 토론 등 딱딱하고 지적인 활동만 하는 게 아니라 사귐과 예술활동이 늘 함께한다는 점이다. 언제나 시 낭송과 노래 부르기로 모임을 시작하고, 끝날 때는 그림 명상을 한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는 1박2일 일정으로 대안학교와 주변 역사 유적, 자연을 둘러보는 교육소풍도 다녀온다.

정년퇴임을 2년밖에 남겨두지 않았지만 10년째 이 모임에 빠짐없이 참여하고 있는 서울 오류중 김종식 교사는 “지난 10년 동안 교육사랑방 모임에서 충전한 새로운 에너지와 교육적 상상력이 교직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돌이켜보면 교육사랑방은 교육자로서 영혼을 맑게 깨우는, 재미있고 아름다운 ‘교사 학교’였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종규 기자 jklee@hani.co.kr

또하나의 모임 ‘교육개혁연구회’

학교 바꾼 경험 나눠

송순재 감신대 교수는 ‘대화와 실천을 위한 교육사랑방’ 이외에 또 하나의 교육운동을 이끌고 있다. 올해로 6년째를 맞은 ‘학교교육개혁연구회’(cafe.daum.net/schooldialogue)가 그것이다. 학교교육의 아름다운 변화를 꿈꾼다는 점에서 교육사랑방과 맥을 같이하지만, 연구회가 현장의 실천 사례 발표와 공유에 더 중점을 둔다는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

연구회는 학교교육 문제의 실마리를 학교 ‘밖’이 아니라 ‘안’, ‘제도’가 아니라 ‘정신’에서부터 풀어내고자 하며, 거창한 이념이 아니라 소박한 생각과 자그마한 실천을 지향한다. 연구회는 지난 2002년부터 해마다 연초에 ‘학교를 단위로 한 변화’를 모색하는 이야기 마당을 3박4일 동안 열어왔다.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 공립학교에서 대안학교까지 국내의 다양한 교육현장 교사들이 실천 사례들을 발표하고, 외부 전문가의 강연도 듣는다. ‘얼을 찾아서’, ‘예술적 학교로 진정한 교육을’, ‘교육혼·아름다움·생태적 학습을 지향하는 우리 학교’, ‘생명을 살리는 통전교육’ 등이 그동안 이야기 마당의 주제들이다.

이종규 기자